체육이 교육의 0순위다

by 김현곤의 미래대화

교육에 있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것 중의 하나가 선행학습이다. 선행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다음 학년에서 공부할 내용을 미리 배운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5학년, 6학년에서 공부할 내용을 앞서 학습한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울 내용까지 선행학습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정상일까? 독일의 초등학교 입학안내 통지문에는 ‘입학 전에 읽기, 쓰기, 계산법을 가르치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당연시하는 우리는 독일이 왜 그렇게 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BS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대부분 힘들어한다. 자신들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고, 공부가 제일 피곤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선행학습까지 해야 한다. 다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성적 때문에 불안하고 막막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자신이 경험한 이 교육시스템을 훗날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받게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손사래를 친다.


그런 속에 최근 학교교육에 관해 기쁜 소식이 전해져왔다. 부산지역 초중고교에서 올해초부터 ‘0교시 아침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1교시를 시작하기 전에 운동을 해서 활력과 체력과 인성을 키우자는 취지로 부산교육청이 도입했다. 1주일에 1회 이상 전교생이 아침에 20분 이상씩 운동을 하겠다고 신청한 학교에는 예산 1000만원을 지원한다. 도입형태는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실시해서 다양하다. 예를 들어, 월수금 3일간 운동장을 한바퀴식 걷는 학교도 있고, 전교생이 단체체조를 하는 학교도 있다.


부산의 0교시 아침운동 열기가 뜨겁다. 부산지역 600여 학교 중에서 벌써 300곳을 훌쩍 넘었다. 학생들이 좋아한다. 학부모들도 반기고 있다. 체력도 좋아지고 공부 집중력도 높아지고 교우관계까지 좋아지고 학생들이 더 밝아지고 있다는 중간평가다.


충남과 세종시를 포함한 다른 시도에서도 부산의 아침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경기도도 ‘등굣길 아침운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시작된 학생 아침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이 참에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아침운동을 도입해서 계속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나라는 초중고에서 체육시간이 너무 적다. 학교교육은 체덕지(體德智)를 지향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지지지(智智智)다. 성적관리도 중요하지만 건강관리는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들의 건강관리와 체력관리에 너무 소홀하다. 오로지 공부에만 신경쓴다. 이제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체육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건강하게 만든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우리 인생의 토대 중 토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체육을 통해 자신을 건강하게 하는 활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체육은 건강 외에도 활력과 체력, 인성과 창의성, 끈기와 협동심도 길러준다. 체육은 뇌도 활성화시켜 준다. 뇌에조차도 선행학습보다 체육이 더 이롭다.


인공지능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지식과 지능에 기초해서 사람들이 해오던 일과 활동의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인공지능 시대는 역설적으로 지능보다는 인문학과 체육이 더 필요한 시대다.


인공지능 시대에 아이들에게 체육과 건강은 뒷전으로 미루고 지식만을 선행학습시키는 것이 정말 필요할까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체육이 학교교육 0순위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긴 인생을 위해서도 선행학습보다 체육을 선행해야 한다.


나비효과란 이론이 말해주듯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 영향이 갈수록 증폭되어 먼 곳의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매일 20분밖에 안되는 시간을 투자하는 아침학교운동이 어쩌면 산을 옮기는 것보다 어렵다는 대한민국 교육개혁을 위한 작은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