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어색하다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여 쏟아내기”
짧은 시간에 있어 글쓰기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경험과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한 편의 에세이를 적어낸다는 것은 그 경험에 대한 당시의 감정이 살아있어야 함과 동시에 그 경험이 뇌리에 남아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적어 놓은들 좋은 글이 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을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인가, 아니면 누구나 그런 것 일까? 혼자서 게으름이란 든든한 동반자와 함께 무한히 늘어뜨릴 수 있는 시간 속이 아닌, 어색한 공간 속에 제한된 시간 내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초조함과 함께 그 사고의 범위 또한 좁게 만들어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꼭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깔때기에 물을 쏟아붓듯이 여기저기 흐트러진 정신을 오롯이 글쓰기라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시간은 그로 인해 제목을 가진, 짧건 길건 결론이 난, 나만의 글을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15분간의 아이스 브레이킹이 끝나고 30분간의 글쓰기 시간, 15분의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적막이 흐른다. 들리는 건 타닥타닥 노트북 키보드 타자 소리와 함께 이 분위기에 걸맞은 차가운 냉기를 더해주는 에어컨 소리뿐. 차가운 공기가 허파를 죄어오듯이 어느새 주어진 시간은 마감시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무렴 어떠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두근대는 심장은 마법주문처럼 머릿속에 저 문장을 떠올리게 하고 시작은 늘 그럴듯하지만 마무리가 힘겨운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목판에 글을 새기듯 꾸역꾸역 타자를 눌러 담아 글을 완성하고 있다. 다음번에 주제는 뭘로 해야 좋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과 오늘은 어느 정도 분량이 나와주었구나 하는 안도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