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각 가정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까지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된 겁니다. 가정보육이 불가능한 맞벌이 가정들은 반차와 연차까지 모조리 끌어다 썼습니다.
천재지변에 맞먹는 코로나 상황은 일반 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그럼에도 국가에서도 잠시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긴급보육기간 외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직장에 눈치 보여 안 되겠다”는 부모는 가족회의에 돌입합니다. 아이들을 돌봐줄 집안 어른이 없다고 가정합시다. 과연 가족회의에서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상황은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을 아이들의 양육자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집집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결정할 때 ‘아빠보다는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옳다’는 모성 신화가 개입되기 쉽습니다. 참고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2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조사한 결과도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양성평등지표를 발표했는데 100점 만점에 20점대로 조사대상 29개 국가 중 종합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수고로운지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개인의 능력을 투입하는 지점이 성별에 따라 정해지는 패턴이 세대가 바뀌어도 반복된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에 손실이라는 점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여성들은 집안에서 육아와 가사를 담당한다. 그녀들은 감정 노동, 즉 자신을 감춘 채로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으로 해야 하는 노동을 집에서도 수행한다. 여성들은 집에서 가사 노동을 하면서 늘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 일차적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페어플레이 프로젝트>, 이브 로드스키 저, 메이븐, 26쪽 인용)
게다가 문제는 이러한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 그에 수반된 감정노동은 실제 여성의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치화되지 않는 이런 일들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성이 아이의 기저귀를 갈면 ‘좋은 아빠’라고 칭송을 받지만 여성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그렇지 못합니다.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성 역할은 현재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왜 여성의 ‘일자리’는 하향평준화 될까요? 정기적 소득이 있다 해도 여성에게 요구되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언제든 실직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여성들은 노동의욕이 꺾이기도 하고요. 일자리가 없는 채로 가정을 이루었거나 출산으로 양육을 맡게 되었을 때 여성은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성의 행복에 사회의 책임은 없을까요?
직장갑질119에서 지난해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해고·계약 해지·권고사직 등의 실직 사례가 여성·비정규직에게 집중됐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2020년 5~6월 시민 7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여성 응답자(318명)의 56%가 ‘돌봄 노동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전보다 증가한 돌봄 노동 시간에 대해선 ‘2~4시간’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어떤 조사에서도 코로나 이후 여성의 보육 시간이 줄었거나 변함없다는 결과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고나 권고사직도 여성에게 더욱 집중되었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은 그녀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지요.
누군가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할 때, 미래의 여성들도 동일한 요구를 받을 거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명목상 사직일 뿐 사표를 ‘강요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우리는 여성 일자리에 대한 대책을 요구합니다.
식구들의 세 끼 밥을 차리고,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학습 지도를 하며, 청소를 비롯한 가사노동을 하는 것은 분명 가족을 돌보는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여성의 존재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녀들의 최소한의 자립을 담보하는 일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녀들에게도 연속되는 경력을 보장하고 노동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할 통로가 절실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코로나 사태 이후 부닥친 대혼란을 다시 겪지 않게 될 것입니다.
글쓴이. 박장대소님
이리 저리 기웃대며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펴보느라 하루가 짧은 사람.
* 이 글은 글맛공방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이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