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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탁 Aug 22. 2021

나도 모르게 생긴 우리 매장 2호점?

표절의 늪에 잠길 것인가.

지금처럼 카페의 영향력이 컸던 때가 없었던 것 같아요. 대중적인 커피전문점이라고 부를 만한 스타벅스가 이대에 1호점을 낸 이후, 정말 빠른 속도로 지금에까지 이르렀죠. 글로벌 시장을 살펴봐도,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호주, 일본을 통틀어 이토록 빠르게 커피와 카페문화가 발전한 사례는 없었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고요.


앞서 말한 빠른 발전속도는 우리나라 카페문화의 특징을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요소지만, 개인적으로는 빠른 속도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의 발전이 가장 개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개성은 단순히 메뉴나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전체 컨셉이나 판매방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샵인샵 카페를 예로 들 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테이크아웃을 넘어 배달로도 커피를 소비하고 있죠.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커피 한 잔을 집으로 배달받기 위해 배달비까지 지불하는 것은 상당히 낯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죠.  심지어는 이것저것 추가해서 최소 주문 요금에 맞추고, 커피값에 절반에서 100%에 해당하는 배달비를 감수하기도 하죠. 


다소 국뽕(?)이 첨가된 커피 이야기였지만, 이어나갈 내용은 사실 이와는 정반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피해사례가 발생하던 문제로, 최근 카페업계에서 이전보다 훨씬 빈번하게 논란이 되고 있는 '표절'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카페를 표절? 다 비슷비슷하던데?

매장을 하나 건너 카페가 생길 정도로 카페가 많고, 트렌드와 유행은 분명 매력적인 마케팅, 어필 요소이기에 유사한 컨셉의 카페가 생기는 것은 꽤나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인상은 그렇다하더라도 찬찬히 뜯어보면 많은 것들이 다를 때가 많죠. 소품이나 인테리어의 포인트, 특유의 감각이나 배경이 되는 컨셉 위에 덧칠해진 빈티지스러움이나 모던함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영감을 받은 뿌리는 같더라도 뻗어나간 줄기의 방향은 다른 셈이죠. 이걸 본 사람들도 '비슷하다'라고는 할 지언정 둘을 혼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마치 같은 화풍이지만 화가에 따라 그림이 다르고, 같은 장르의 소설이라도 작가에 따라 줄거리나 등장인물의 성격, 결말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같은 꽃을 보고 그려도 색감, 질감이나 바라본 각도에 따라서 결과물은 분명 명확하게 차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같은 꽃을 바라보고 그린 것이 아닌 그 꽃을 그리는 손을 바라보고. 혹은 그 꽃을 그린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렸다면 그걸 작품, 아니 창작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애써 만든 공간을 꿀꺽?

심지어 보고 그린 대상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개인이 인상깊었던 경험을 감각적으로 가다듬어 표현한 공간이라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완성한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그로 인한 물질적인 피해를 둘째치고 그 상실감이나 허탈함은 글쎄요.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쉽게 상상이 가지도 않네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거의


지켜야 할 선은 문화와 기술, 예술이 누적된 만큼 오히려 굉장히 느슨해졌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너무나 많은 것들이 생겨났으니까요. 이 누적된 결과물들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건 오히려 좋은 방법이죠. 다만 이를 배경삼아 자신의 경험, 가치관, 방향성, 취향 등을 적절하게 녹여내는 것이 저에게는 자연스러워 보여요. 판으로 찍어낸 것처럼 똑같이, 아니 오히려 하나하나 공들여 베끼는 것보다는 말이죠.


매거진 콘텐츠를 기획하며 이를 토대로 카페 이용자인 MZ세대를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습니다. 간단하게 카페업계의 표절에 대한 생각과 표절의혹이 발생한, 객관적으로 표절을 했다고 판단되는 공간에 대한 인상에 대한 조사였는데요. 결과는 의외라고 해야할 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해야할 지, 소비자들은 이에 사실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전체의 30%가 되지 않는 이들만이 '가고자 한 카페가 다른 곳을 표절했다면 가지 않겠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고, 70%가 넘는 응답자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더 호기심이 가거나 핫플레이스에 비해 한적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죠. 사실 기대한 흐름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예상이 되었던, 그래서 쓸 내용은 더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표절의 피해를 입은 대표님은 인터뷰 중에서 '워낙에 뛰어난, 사람들이 좋아할 것을 만들었기에 따라하고 모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를 법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을 긋기가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과반수의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자신의 개성을 더하면 오히려 더 특별한 모습이 될 수도?

하지만 아쉬운 점 또한 분명합니다. 흔히 '커버'라고 하며 다른 가수의 노래를 따라부르되 자신의 개성을 입힌 노래들 중에서는 원곡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죠. 누구나 같은 노래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원곡과 혼동하지 않고 분명하게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개성과 감각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이미 세상에 존재했던 것을 뛰어넘어 더 큰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죠.


개인적으로 모방하는 것과 이미 앞선 이들의 행보를 보고 따라해보는 건 자주 활용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때의 목적은 잘 만들어진 서비스나 기획을 따라해보면서 그 안에 담긴 의도나 스킬을 경험해보기 위한 것이죠. 개성을 가다듬기 위한, 풍부한 인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 더 나아갈 이유도, 권리도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자기다움'이 무척 중요한 때에는 더욱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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