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시인은 시인일까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작가의 분야는 다양하다. 소설가, 수필가(에세이스트), 극작가, 동화작가, 시나리오 작가, 대본 작가, 구성 작가 등등. 이들의 명칭에는 모두 '집 가'자가 붙는다.
그런데 별나게도 시를 쓰는 사람에게는 '사람 인'자가 붙어 시인이다.
왜 그럴까, 창작에 있어 '가'와 '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문학을 꿈꾸면서 시도 아닌 무려 시 창작을 전공하고, 십 년을 시를 붙들고 살았지만 결국 시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작가와 시인의 차이를 가슴으로 배웠다. 이번에 쓰는 <창작의 기술>은 시 창작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점을 알려드리기 위해 잠시 두 개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시인.
혹시 중학교 때 배웠던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라는 시가 기억나는지? 이 시에는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라는 구절이 있다. 아마 전국에 있는 국어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시의 가슴'에 밑줄 쫙! 치게 하고 '시의 정서'라고 필기를 시켰을 것이다.
시인은 시의 가슴, 시의 정서가 있는 사람이다. 쉽게 말하면 '그 사람 자체가 시인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시를 쓰기 위해 일부러 무엇을 꾸며 말할 수는 없다. 시의 정서가 있는 사람이 말을 하면 그게 시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를 노래하는 사람은 다른 작가들처럼 '시가'가 아니라 '시인'이라 불리게 된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이 시가 아니어서 시인이 되지 못한 것이고...)
반면, '집 가'자가 붙는 작가들은 자신의 머리에서 하나의 집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땅도 필요하고, 철재와 목재도 필요하고, 시멘트와 벽돌도 필요하다. 건물로서의 구조물이 완성되면 방도 꾸며야 하고, 거실도 꾸며야 하고, 각종 소품들을 가져다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집에는 사람이 들어가 사는데, 옷은 무엇을 입고, 이불은 어떤 이불을 덮으며, 밥은 또 어떤 것을 먹는지 다 정해져야 한다. 이 방대한 작업을 바로 작가가 한다.
나는 시 창작은 사람이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의 정서가 있는 사람이 그 정서를 온전히,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이나 도움을 줄 사람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런 도움이 전혀 필요치 않는 사람들이 시인이 되는 것이겠지만!
그리하여 <창작의 기술>은 ‘인'자가 붙는 창작자가 아닌 '가'자가 붙는 창작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말씀.
서론이 길었지만 개념 정리는 꼭 필요한 작업이니까!
자, 그럼 본격적으로 창작의 기술에 들어가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