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바라에서 스타벅스 찾기
아키하바라에는 메이드 카페만 있는 걸까?
오래전부터 아키하바라는 전자제품의 성지였다가 애니 오타쿠의 성지로 바뀌었고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콘셉트 카페의 거리가 되었다. 아키하바라의 카페라면 전통적으로 메이드 카페라고 생각하겠지만 닌자 카페, 사신 카페, 츤데레 카페 등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종류의 다양한 카페들이 있다. 아키하바라에서 메이드 카페는 평범한 카페일 뿐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카페가 많지 않다. 카페 문화는 없고 킷사텐이라는 다방 같은 곳이 많다.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인에게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 이상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 이거나, 길을 걷다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거나, 시간을 때우기 애매할 때 가는 곳으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지내다 보면, 시간을 때울만한 곳이 없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아서 무언가를 마실 만한 곳이 없다. 간혹 발견하는 카페도 90분이나 120분 이내로 제한이 있다. 일본의 카공족도 스타벅스에 몰리는 이유이다.
아키하바라는 그런 점에서 더욱 최악의 장소이다. 주위에 넘쳐 나는 것이 카페인데, 일반적인 카페가 없다. 아키하바라의 길거리에는 콘셉트에 맞는 옷을 입은 여자 아이들이 전단지를 주거나 웃으면서 호객을 하고 있다.
1시간에 일정 비용을 내면 노미호다이(음료 무제한)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데, 1시간에 2,000엔이라고 한다면 커피를 그란데 사이즈로 4잔 이상 마셔야 본전이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걸즈바나 카바쿠라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다.
그런 콘셉트 카페가 아닌 일반적인 카페를 찾기 위해 아키하바라를 배회하다 보면 건물 안에 지극히 정상적인 옷을 입은 점원들이 있는 카페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카페도 사람들이 줄을 서있거나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며 우리를 거부한다.
알고 보니 점원들이 일정 시간이 되면 춤과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카페다. 어쩌면 지하 아이돌이 활동하는 카페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해당 카페에 줄을 서지 않고 들어가려고 하자 '쟤는 뭐 하는 놈이지?'라는 눈으로 쳐다보던 대기석 사람들이 떠오른다.
아키하바라를 방황하다 보니 르세라핌의 미야와키 사쿠라가 소속했던 AKB48 극장을 발견한다. 아키하바라 돈키호테 건물의 최상층에 위치하고 있다. AKB48에 관심도 없고 누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도쿄에 온 기념으로 AKB48의 공연이라도 볼까 하는 생각에 올라가봤다.
AKB48의 탄생 배경은 멀게만 느껴지는 아이돌을 아키하바라의 전용 극장에만 오면 노래와 춤을 볼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아이돌이었기에 당연히 관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AKB48 극장으로 향하는 돈키호테 건물의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스테레오타입의 오타쿠 패션을 하신 분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층 올라갈 때마다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최상층의 AKB48 극장에 도착하니 그들이 나를 쳐다본 이유를 알게 되었다. AKB48 CD를 구입하고 온라인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만이 카페에 들어갈 수 있단다. 에스컬레이터의 앞에 있던 분들은 '네가 감히? 우리는 너랑 달라'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내가 AKB48 극장에서 공연을 보기위한 코스츔에 맞게 오지 않아서, 예의를 차리지 않은 것이었을까.
아키하바라의 일반적인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행위를 포기하고 아키하바라 역으로 향하니 스타벅스와 Tully's coffe(일본 커피 체인)이 보였다. 그렇게 찾아다니던 일반적인 카페는 아키하바라의 중심을 벗어나자 당연하듯 존재했다. 콘셉트 카페가 당연한 아키하바라에서는 일반적인 카페를 찾기 힘들며, 일반적인 카페가 모여있는 곳에서는 콘셉트 카페를 찾기 어렵다.
이곳에서는 어떤 종류의 카페가 일반적인 카페이고 어떤 카페가 콘셉트 카페일까? 무엇이든 간에 로마에 가면 로마인만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