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경 Jul 31. 2018

자연을 만나고 느끼는 일상

                                        

어떤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진을 찍으며 자연풍경을 눈과 마음으로 담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느 한순간 난생처음 보는 자연 친구들이 제 눈 앞에 나타났던 멋진 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디를 가든 자연친구들을 만나며 함께 걷는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어릴 적 자연을 접한 기억은 외갓집에서 경험했던 단편적인 순간들이 전부입니다. 한여름 마당에 앉아 모깃불 냄새를 맡으며 밤하늘에 쏟아질 듯 촘촘히 박혀있던 별을 바라보던 기억으로부터 시작해, 꿩 한번 잡아보겠다고 뒷산을 헤집고 다니던 순간, 드넓은 논 사이에 놓인 논두렁을 어슬렁거리며 개구리와 잠자리를 잡던 순간, 그리고 송아지가 정말 귀여워서 배고프지 말라고 할머니 몰래 사료를 계속 주다 송아지를 죽일 뻔했던 이야기들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들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절 이후부터는 아무리 끄집어내 보려 해도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청소년 시기를 거쳐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복학한 순간까지 분명히 많은 장소를 다니긴 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보고 돌아다녔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며 시간만 흘려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스물다섯 되던 해 여름, 낯선 땅 하이델베르크 네어카 강가에서 난생처음으로 새벽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주했던 순간을 경험한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하나둘씩 보이는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 기분으로 되돌아가 자연과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자연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배우면서 어느 순간 내 안에 있던 구멍들이 하나둘씩 메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자연이 제게 준 치유라는 선물이었습니다.


'자연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나를 치유해준 좋은 선생님'




장소와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그렇게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던 그때 삶은 그저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남기에 바빴던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별다른 의미 없이 일상을 소비하며 살았을 뿐 제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곳이 진짜 어떤 곳인지 관심조차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환경교육을 시작하며 '자연주의'와 '친환경'을 제 삶 속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상이 서서히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아파트 생활을 끝내고 우리 집 마당이란 것을 처음 갖게 되면서 그 안에서 펼쳐지는 자연 이야기를 즐기기 시작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앞만 보며 걷던 동네 산책길이 '오늘은 누굴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되는 새로운 길로 변했습니다.


그렇게 크고 작은 관점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장소와 공간이 제 기억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마음을 열고 오감으로 자연과 생명을 느끼던 순간순간에 대한 모든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났던 여러 자연 친구들 덕분에 저는 흥미진진한 하루하루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명을 품고 있으며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하루하루'




길 위에서 자연 친구들을 만나는 생태 나들이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환경교육은 주요 원칙 중의 하나는 가장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일상생활 터전이었던 우리 집 마당부터 생태 나들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네, 옆 동네, 서울 먼 곳,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생태 나들이를 이어갔습니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그리고 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만큼만 경험할 수 있었던 터라 자연 친구들을 완전하게 다 봤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굳이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가까운 일상에서 나름대로 행복과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어떤 후회나 아쉬움 하나 없이 그냥 고맙고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누군가가 회색 공간으로만 여겼던 우리 일상을 새로운 생명의 공간으로 바라보고 자연 친구들을 만나는 일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자연과 가까워지면서 삶을 느끼고 즐겁게 여기며 새로운 변화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자연 속 친구를 만나는 길'


생애 첫 야생동물 사진 - 배꽃에서 꿀을 먹는 박각시


매거진의 이전글 충남 생태여행 10선, 논산 대둔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