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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Aug 09. 2019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 갈대숲

장항선 타고 기차여행, 평택역




장항선 기차여행 다섯 번째 이야기, 평택역


용산발 익산행 장항선 열차는 평택역에 도착합니다. 서울을 벗어나 지역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지역이 눈에 들어옵니다. 평택도 그렇게 새롭게 장소 인연을 맺기 시작한 곳입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눈으로 바라만 보던 평택을 직접 거닐어봅니다.  


평택역에 내리면 평택시에서 안내하는 다양한 테마여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평택항과 평택호 관광지를 거닐며 아산만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성강, 진위천, 안성천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자연탐방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택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입맛을 사로잡으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송탄 햄버거 미식 기행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장항선을 타고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평택 여행 이야기 중에서 가장 먼저 경험하고 싶은 이야기는 안성천 원평나루 갈대숲입니다. 평택역을 멀리 벗어나지 않고도 손쉽게 도달할 수 있는 여행지인 동시에 해마다 10월이면 대표 지역축제인 '원평나루 갈대 억새 축제'를 만날 수 있는 평택 생태여행 일번지이기도 합니다. 안성천을 따라 광활하게 펼쳐진 안성천 하천습지인 원평나루를 찾아 나섭니다. 


장항선 기차여행, 평택역




평택 안성천 둑방길 풍경


평택역 2번 출구로 나와 10~15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안성천 둑방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도보여행자보다는 자전거 여행자들이 더 많이 애용하는 여행길이기도 합니다. 안성천 원평나루 갈대숲으로 가기 전에 잠시 여기에 멈춰 서서 주변을 살펴봅니다. 인근 나대지에는 '꿩~꿩~'하고 꿩이 울어대며 날아다닙니다. 한여름이 깊어질수록 더욱 짙어지는 논 한가운데에 흰 자태를 뽐내는 백로 친구가 보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꽃인 자귀나무 꽃을 만나며 안성천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집니다.  


평택 안성천 둑방길 풍경 이모저모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 역사문화 이야기, 군문포


안성천 원평나루 일대에 도착하면 안성천 위에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는 군문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처럼 지금은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큰 다리를 통해 하천을 건너고 있지만 예전에 이곳은 경기도와 충청도를 연결하는 중요한 포구였습니다. 


군문포(군물포)라 불리는 이곳 일대는 아산만이 방조제로 막히기 이전에는 바닷물이 밀려 들오던 감조 하천으로 사실상 바다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근처까지 바닷배들이 들락날락거리며 온갖 물자를 유통하던 조선 10대로 중 하나이자 포구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방조제로 인해 물길 환경이 바뀌고, 도로와 철도가 발달함에 따라 뱃길 교통이 쇠퇴하면서 평택 한복판에서 교통요지로 북적거렸던 이곳은 더 이상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여기에 남아 있는  낡은 표지판과 흔적만이 그 옛날 이곳이 유명한 포구라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곳에 흘렀던 옛 시간을 상상하면서 끝없이 펼쳐진 오솔길을 거닙니다.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 이야기, 군문포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 생태탐방


안성천 군문교 일원을 중심으로 도시 중심부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하천습지 생태계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15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습지에 억새와 갈대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여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이 있습니다. 


머리 위로는 맹금류, 백로, 왜가리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주변 갈대숲에는 한여름 이곳 주인공인 개개비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곳곳에 나 있는 작은 물길은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참새, 방울새, 알락할미새 친구들이 더위를 피하는데 꼭 필요한 소중한 쉼터입니다.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 조류 친구들



군문교를 바라보고 오른쪽 길을 따라 걸으면 안성천 물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게 나 있는 이동통로를 거닐다 보면 여기가 평택역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심공간이 맞는지 헷갈립니다. 저 멀리 군문교 위를 오가는 차량이 저와 이 곳 사이를 연결하는 문명의 끈입니다. 


하얗게 들판을 뒤덮은 개망초 꽃부터 시작해 메꽃, 애기똥풀, 씀바귀, 지칭개와 같은 우리 들꽃을 만나며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거대한 갈대숲에 가려져 있던 안성천 물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강 건너편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합니다.


평택 안성천 물길과 주변 풍경



이름부터 우리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개망초이지만 적어도 곤충 친구들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여름꽃입니다. 제각기 모습은 달라도 개망초 꽃에 의지해 생을 이어가는 노랑애기나방, 십자무늬긴노린재, 암먹부전나비, 노랑나비, 녹색콩풍뎅이를 만난 날입니다. 그리고 어른 포식자로 자라나기 위해 독립생활을 막 시작한 어린 사마귀 역시 이곳 일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곤충친구입니다.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 곤충 친구들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 갈대숲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집에 돌아와 사진 자료를 정리합니다. 사실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라 제가 보고 겪은 것을 이해하고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평택시 문화관광 자료와 자연도감을 뒤적거리며 이곳에 대해 알아가는 동안 미처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지요. 


평택시 문화관광 홈페이지는 이곳 일대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좋아하던 추억의 동요인 '노을'이 이곳과 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하니 재미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도 없는 안성천 물가에서 '노을' 동요나 한번 불러볼걸 그랬나 싶습니다.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좋은 명소다. 1984년 창작가요제 대상 곡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온 동요 '노을'노랫말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해마다 10월이면 '원평나루 갈대 억새 축제'가 사람들을 반기기도 한다."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허수아비 팔 벌려 웃음 짓고 초가지붕 둥근 박 꿈꿀 때
고개 숙인 논밭의 열매 노랗게 익어만 가는
가을바람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놀        

동요 '노을' 중에서                                          


해질녘 노을과 늦가을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평택 안성천 원평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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