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자! 날벌레.

by 진영

-싸우자! 날벌레-



계절 탓인지, 날벌레 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벌레 구름이란, 날벌레들이 모여 하나의 구름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사전적 의미는 아니며, 그냥 내가 붙인 이름과 의미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요즘 어딜 가나 날벌레 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을 여러분에게 알리고자 한다.


만약 당신이 날벌레 구름을 목격했다면, 당신은

재빠르게 그것을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한다.

귀찮다고 그냥 그 구름을 통과했다가는

그들의 미움을 사서, 끝없는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온 힘을 다해, 전력질주를 한다 해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쫓아온다.

정말 무서운 녀석들이다.


한 번은, 그들을 마주치고도

피해 가지 않았다가 크게 혼쭐을 당했다.

뒤늦게 나의 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해도

그들은 끊임없이 쫓아와 내 얼굴을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전력질주뿐.


나는 온 힘을 다해 전력질주를 했다.

이렇게 전력질주를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운동회 이후로 이렇게 뛰어본 적이 있었던가.

심장이 뛰고, 땀 방울이 흘러내렸다.

이런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괴롭힘에는 끝이 없었다.


그러니, 모두들 꼭 명심하길 바란다.

날벌레는 포기를 모르는 녀석들이다.

지구에서 그 오랜 시간 동안 멸종하지 않고,

지금까지 생존해 온 것을 보면

얘네도 보통애들이 아니라는 것.


허나, 인간이 누구이던가.

현 지구에서 먹이사슬 최상위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나도 그 인류 중 한 명.

그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래!, 싸우자!"

"한 번 싸워보자! 날벌레!"

나는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날렸다.


다행스럽게도, 주위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지나가는 행인이 나를 본다면.....

상상하기조차 싫다.


날벌레는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피하면서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들은 매우 작아서

그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분명 웃고 있었다.


괴롭힘에 반응하면

괴롭히는 자들은 더 재밌어한다는데

날벌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의 반응에 재미를 붙였는지

떼로 몰려와서 내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

신기하게도, 팔도, 다리도, 몸통도 아닌

얼굴만 둘러싸서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그게 더 열받는 포인트다.


나는 이 녀석들에게 인간의 과학이

얼마나 무서운지 에프킬라를 꺼내

그들에게 매콤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나약한 몸뚱이 하나뿐.


맨몸의 인간은 나약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허우적대며

소리를 지르는 것뿐.


"제발, 저리 가!"

"제발!"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녀석들도 이제는 내게 재미를 잃었는지

잠시 주춤해하다가, 목표를 바꿔 지나가는

다른 사람을 향해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얘도 이제 슬슬 재미가 없네!"

"우리 저 인간에게로 몰려가자!"


그렇게

멀어져 가는 날벌레 구름 사이로

또 다른 한 인간의 퍼덕거림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