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황금 사슴의 유혹과 하늘을 나는 하얀 털뭉치

by 태국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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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태국의 국민 서사시 라마끼안 | 배수경 | - 예스24




쌈마낙카의 부추김에 넘어간 톳싸깐은 이제 결심합니다. "그렇게 예쁘다는 인간 여자 '씨다'를 내 궁전으로 데려와야겠다!" 하지만 상대는 신의 화신인 프라 람과 무시무시한 동생 프라 락입니다.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자, 톳싸깐은 비겁하지만 완벽한 '유인 작전'을 짭니다.


1. "저 사슴을 잡아주세요" : 비극의 시작

어느 날, 씨다 왕비의 눈앞에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사실 톳싸깐의 부하가 변신한 가짜였죠.) 사슴의 미모에 홀린 씨다는 남편 프라 람에게 저 사슴을 생포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합니다.

프라 람은 동생 프라 락에게 "형수를 절대 혼자 두지 마라"는 엄명을 내리고 사슴을 쫓아 숲속 깊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것은 함정이었습니다. 숲속 멀리서 프라 람의 비명소리(가짜 성대모사)가 들려오자, 씨다는 사색이 되어 프라 락을 보냅니다. “도련님! 어서 가서 형님을 구하세요!”


2. 선을 넘지 마라: 프라 락의 마법 방어선

프라 락은 직감했습니다. '이건 함정이다!' 하지만 형수의 간절한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던 그는 최후의 수단을 씁니다. 단검으로 씨다가 머무는 오두막 주변 땅에 마법의 선을 긋고 신신당부합니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선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악당은 영리했습니다. 노인 수행자로 변신한 톳싸깐은 선 밖에서 쓰러지는 연기를 하며 씨다의 동정심을 자극했고, 착한 씨다가 선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톳싸깐은 본모습을 드러내 그녀를 낚아채 하늘로 날아가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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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망의 끝에서 만난 '하얀 번개', 하누만

아내를 잃고 미친 듯이 숲을 헤매던 프라 람 앞에, 범상치 않은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눈처럼 하얀 털, 다이아몬드 어금니, 그리고 태양을 한 입에 삼킬 듯한 기개를 가진 하누만(Hanuman)입니다.

하누만은 바람의 신 '프라 파이'의 아들로, 사실상 라마끼안의 액션 담당 주인공입니다. 그는 절망에 빠진 프라 람을 보자마자 직감합니다. '아, 이분이 바로 내가 평생을 바쳐 모실 진짜 주인님이구나!'


[작가의 한마디] 하누만은 한국의 손오공보다 훨씬 '인싸' 캐릭터입니다. 싸움도 잘하지만 말솜씨가 화려하고, 무엇보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폭발적이죠. 하지만 프라 람 앞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충성스러운 장군으로 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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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가 바다를 건너가 보겠소!"

하누만은 슬픔에 잠긴 형제에게 호기롭게 외칩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몸을 산더미처럼 키워서 저 바다 건너 롱까 섬으로 날아가 형수님을 찾아오겠습니다!”

그는 곧장 하늘로 솟구쳐 올라 입에서 별을 뱉어내며 자신의 신통력을 과시합니다. 드디어 '인간 형제'와 '원숭이 군단'의 연합군이 결성되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왓 프라깨우 관전 포인트

사원 벽화를 따라가다 보면, 유독 하얀색 원숭이가 주인공만큼 크게 그려진 장면들이 많을 겁니다.

그가 바로 하누만입니다.

특히 그가 입을 크게 벌려 별과 달을 뿜어내는 장면은 이 벽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죠.

또 하나 재미있는 디테일! 씨다가 납치될 때 그녀의 장신구가 숲속에 떨어져 있는 그림을 찾아보세요.

슬픔에 잠긴 프라 람이 그 반지를 집어 들고 오열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하누만 집중 탐구] 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완벽한 트러블 메이커'


태국 여행 중 기념품 숍에 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캐릭터가 바로 하누만입니다. 왜 태국인들은 주인공 프라 람보다 하누만에게 더 열광할까요?

1. "손오공보다 인간적인, 태국판 마블 히어로"

중국의 손오공이 도를 닦는 수행자 느낌이라면, 태국의 하누만은 훨씬 열정적이고 인간적입니다. 그는 싸울 땐 누구보다 용맹하지만, 장난치길 좋아하고 예쁜 여자 앞에서는 금세 마음을 뺏기기도 하는 '사랑꾼'입니다. 이런 결점 있는 영웅의 모습이 태국인들에게는 훨씬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2. 하누만이 하얀색인 이유

태국 벽화에서 하누만은 눈부시게 하얀 '백색'으로 그려집니다. 이는 그가 '바람의 아들'로서 순수하고 강력한 에너지를 가졌음을 상징합니다. 태국인들은 하누만이 하품을 하면 하늘에 별과 달이 쏟아진다고 믿는데, 이 환상적인 묘사는 태국 예술의 정수로 꼽힙니다.

3. "위기일수록 빛나는 낙천성"

태국인들의 국민성 중 하나인 '싸바이 싸바이(편안하게)' 정신이 하누만에게 녹아 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악마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농담을 던지며, 꼬리에 불이 붙는 절체절명의 위기조차 적진을 불태우는 기회로 바꿔버리는 그 낙천성이 바로 태국인들이 하누만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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