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점심을 혼자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래도 '같이'가 더 낫겠지 싶어서 당신들의 시간에 맞춰 점심을 먹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뭔가 휑하게 비어 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당신들에게 제가 할 수 없는 말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당신들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웃고 떠드는 게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신들에게 일이 많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 혼밥을 시작했다.
아주 가끔은 당신들 중 한 명이라도 제가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할 때가 있었다. 제 가슴에 조그마한 구멍이 하나 나 있다는 걸, 그래서 계속 뭔가 비어 있는 마음을 채울 수가 없다는 걸 그냥 조금이라도 눈치채 주는 당신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아무 말하지 않더라도 그냥 눈짓으로 괜찮다 해주는 당신이 있었으면 했다.
당신들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는 순간들의 연속에서 문득 고장 난 것처럼 멈춰서 있는 제 자신을 마주할때즘 저도 누군가가 간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제가 괜찮지 않다고 힘이 부친다고 잠깐 쉬어가고 싶다고
그러니까 당신이 조금만 이해해 주면 안 되는 거냐고
그런데 그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저는 오늘도 충분히 괜찮아야 하고, 내일도 모레도 괜찮아야 한다.
아파서도 안되고 힘든 티를 내서도 안되고 못한다는 말을 해서도 안되고 그렇게 버텨내야 한다.
저 개인이기 전에
당신들의 관리자이니까
당신들이 먼저여야 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들
그러지 말라는 말들
수없이 들으면서도
제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
그렇게 견뎌낼 거라는 걸 너무 잘아서
그래서 오늘 하루가 조금은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