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제가 그런 사람이길
제가 먼저 밥을 먹자고 하지 않으면 당신이 저에게 밥을 먹자고 하지 않을 걸 안다. 그래서 당신과 밥을 먹을 때마다 꼭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한다. 누군가 맛있는 걸 사줬음 하는 날, 당신 이야기를 그냥 들어줬음 하는 날 저한테 밥 사달라 해도 된다고 그래도 정말 괜찮다고, 그럼에도 당신이 먼저 저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하지 않을 걸 너무 잘 안다.
내가 가끔 그랬다. 마음이 복잡하고 막연히 생각이 너무 많을 때 그냥 가만히 잠시라도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럴 때 가만히 생각을 한다. 누가 있을까? 미안한 마음 없이 정말 스스럼없이 '밥 좀 사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얼마큼 감사한 일인지 안다. 그냥 아무 말도 먼저 묻지 않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가만히 기다려 주고, 그렇게 먼저 나를 읽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날 하루가 참 포근했다.
가끔씩 일부러 당신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한다.
당신에게 맛있는 밥을 먹이고 싶어서
당신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
당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고 싶어서
당신 마음은 괜찮은 건지 궁금해서
그래서 주로 일대일로 밥을 먹는다.
두 명 이상만 돼도 말을 어떻게 나눠서 해야 하는지, 시선을 어떻게 누구에게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혹시 당신들이 섭섭해지는 순간은 없는지 자꾸 살피게 돼서 자꾸만 마음이 바빠져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막연히 바라본다.
당신이 저에게 '밥 사주세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당신에게 제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신 마음을 가만히 읽어 내려가 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당신이 언제든 미안하거나 불편한 마음 갖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기를
당신이 편하고 익숙하게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기를
그래서 오늘도 저는 당신이 먼저 밥을 같이 먹자고 해주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