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으로 부터의 행복

세상의 결핍과 성장을 고민하는 끄적임 (4)

by 김지구
IMG_1192.JPG 제주도 바다에서 주워온 소라 껍질

최근 제주도로 10박 11일간 홀로 긴 워케이션을 떠났다. 평화로우면서도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특히 여행 전 예상치 못한 수술을 받게 되어, 이번 여행은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크게 외향적이지도 내향적이지도 않은 사람이다. 혼자 또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고 잔잔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즐긴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은 즐겁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에 항상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에너지를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평소 집중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제한적으로 가져왔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낯선 사람들과의 스몰 토크를 즐겨보기로 했다. 세상을 더욱 풍성하게 바라보고, 좁아져 있던 시야를 넓히기 위함이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동일한 질문을 하나씩 던졌다.

당신은 어떤 삶을 꿈꾸나요?

신기하게도 많은 이들이 큰 목표보다도, 그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아직 자신이 어떤 것을 즐거워하는지 잘 몰라서 덜 행복한 것 같다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대답을 듣고 내 안에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한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다들 행복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있을까?


1년 전만 해도 나에게 행복이란 ‘즐거운 일이 가득한 상태’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안함’이었다. 매일이 즐겁고 평안한 삶을 선택하겠냐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Yes’라고 답할 것이다. 나 역시 하기 싫은 일, 아픈 일, 부정적인 일을 피하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착각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지금은 행복의 정의를 다르게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말을 듣고 “배부른 소리 하네! 평안함이 누군가에겐 행복일 수도 있지.”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인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지 않는가? 잠시만 참고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그 즐거움과 평안함이 크나큰 기쁨이다. 나는 안정적이고 루틴화된 삶의 패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 소소한 행복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매일이 이런 삶이라면 지속적으로 행복해야 할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의 루틴은 가장 최선의 것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삶의 우선순위를 세우고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며, 몸의 컨디션을 주의 깊게 살펴서 만든다. 하지만 이 루틴은 평생 고정되지 않는다. 내가 살아있기에 삶의 방식은 계속해서 변한다. 이것은 루틴뿐 아니라 모든 것에 적용된다. 살아있는 존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성장하는 것이 자연의 원리이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상태와 앞으로 알아갈 것이 무한한 상태 중 무엇이 더 기쁠까? 어릴 적 나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가진 상태. 완벽함이 행복의 최고점이라고 생각했다.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보며 초능력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 속 나는 그런 상태에 가까워질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절망하고 좌절했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했고, 내게 결핍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어떤 결핍이든 그것이 클수록 불행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태, 단지 즐겁기만 한 삶을 행복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삶과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관찰해 보면, 진정한 삶은 ‘계속해서 성장함’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픔을 겪었기에 회복의 기쁨을 알고, 배고픔을 경험했기에 배부름에 감사할 수 있으며, 부족함을 느껴봤기에 얻는 것에 더욱 애정을 품을 수 있다. 어둠을 알아야 빛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행복 역시 결핍을 통해 더 깊고 선명하게 느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이 깊을 수록 후에 찾아오는 기쁨의 크기는 더욱 크다.

나는 삶의 방향을 크게 바꿨다. 지금은 하고 싶지 않은 선택과 방황을 충분히 겪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삶 속에 '흑역사'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내게도 지난 시간들이 흑역사로 기억된다. 그러나 나는 그 시간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과거의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 경험들이 옳은 것을 추구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게 해줬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경험을 했기에 좋은 것의 가치를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와, 나에게 행복은 더 이상 완벽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한 삶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 성장하며 행복하고싶다.


앞으로 마주할 고통과, 슬픔, 그리고 모든 불완전함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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