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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 Sep 03. 2019

메마른 보름달에 소망을 촉촉이

시간을 들여 꾸준히 쌓은 나의 경험, 보름달 같이 귀여운 아보카도 씨앗

결혼한 지 몇 달 안돼 알콩달콩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즐기던 시절, 간편하고도 고급스럽고 맛 좋은 명란 아보카도 덮밥을 자주 즐기곤 했다. 보름달처럼 동그랗고 귀여운 아보카도 씨를 쓰레기통 버리려던 어느 날 문득 이것도 씨앗인데 새싹이 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대로 씨앗을 다시 꺼내 이쑤시개로 작은 컵에 고정해 새싹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매일 물을 갈아주며 보름달에 소원을 빌듯 정성을 다해보았다. 머나먼 남미에서 건너와 커다란 마트에서 오랜 시간 메말라 있던 이 작은 보름달이 아직 살아있을까?  


굳게 닫힌 아보카도 씨앗 껍질에 매일 촉촉이 물을 주며 애지중지 살피던 어느 날 아주 조금씩 씨앗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물을 주기 시작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후였다. 우리가 신이나 집에 있던 화분 옆구리에 옮겨 심자 아보카도도 신이 났는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해가 잘 드는 우리 집은 죽어있는 줄로만 알았던 아보카도를 무럭무럭 자라게 했고 그렇게 자기 땅 한자리를 차지하고 우뚝 섰다.


선인장 옆에서 작게 움튼 아보카도 새싹


지금은 소홀해진 나에게 대답하듯 시들 거리다 저 멀리 요단강을 건넜지만, 작은 관심과 애정으로 피어난 동그란 보름달 아보카도. 오늘도 마트에 켜켜이 쌓여 숨죽이고 있는 수많은 씨앗들, 그중 하나라도 우리 집에 왔다 간 보름달처럼 싹틀 수 있기를.   

오른쪽 제일 크게 자란 아보카도 나무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매일 글쓰기 도전 중입니다!
2일차 주제: 별 거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대단한 일이 되어버렸다. 시간을 만들어 꾸준히 쌓은 경험이 있나요? 그렇다면 소개해주세요. 작은 것이라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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