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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 Sep 04. 2019

매일 아침 책 들고 조는 여자

만원 지하철에서 매일 책 들고 조는 그 여자. 그게 접니다.

'책' 어떻게 읽고 계시나요. 책 읽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제3자가 되어 글로 표현합니다.'책' 어떻게 읽고 계시나요. 책 읽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제3자가 되어 글로 표현합니다.

빽빽이 들어서 숨실 공간조차 부족한 아침 지하철. 종점에서 탔는지 명당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저 사람은 아직 내리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하나보다. 저 앞에 서면 분명 금방 못 앉을 텐데 사람들에게 밀리고 밀려 결국은 그 앞에 서고야 말았다. 놓칠 듯 말 듯 애처롭게 들려있는 연필과 책 한 권이 무릎 위 아슬하게 걸쳐놓고 조는 모습이 어딘가 안쓰럽다. 보아하니 안 읽던 책 좀 읽어보겠다고 몇 장 넘기다 잠든 것 같은데 어지간히 피곤했나 보다. 무슨 책인지 엄청 두꺼워 보이는데 저렇게 잘 거면 편하게 덮어두고 자면서 가지... 애쓰는구나 싶다.

엇! 저기 자리났다. 얼른 앉아야지.


빡센 하루를 마치고 귀가하는 퇴근행 지하철. 나는 다행히 사람이 몰리는 곳 전에 타 출근길보다는 자리 잡기가 수월하다.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를 켜려던 그때, 아침에 책을 부여잡고 졸던 그 여자가 내 앞으로 와 선다. 나와 타고 내리는 데가 비슷하구나. 내일 아침부턴 저 여자 피해서 자리 잡아야지.

사람이 몰리는 역에서 타 낑겨 선 그 여자는 퇴근길에도 같은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보아하니 저 여자도 하루 종일 근무하고 귀가하는 길인 것 같은데, 용케도 책은 계속 잡고 있구나. 한 손으로는 책과 연필을,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균형을 잡느라 아침 못지않게 애처로워 보인다. 그래도 좀 멋있네. 귀갓길에는 서서 가니 한장은 읽겠구나 싶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집중은 되나?


그렇게 며칠, 몇 주 동안 계속 만나는 그 여자. 이제는 나의 출퇴근 친구가 된 그녀는 패턴이 거의 비슷하다. 아침에는 자리에 앉아 펼쳐진 책 위에서 고개를 흔들거리고, 퇴근길엔 서서 한 손으로 위태롭게 책을 읽는 모습. 처음에는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폼만 잡나 했는데 읽기는 읽나 보다. 매일 무릎 위에 펼쳐진 책장이 조금씩 뒤로 넘어가 있고 매주 책도 바뀌는 것 같다. 내가 볼 땐 조는 게 반인데... 신기하네.

오늘은 왠지 나도 사두고 읽지 않던 책을 꺼내 출근 가방에 챙겨가고 싶다. 인사는 안 해도 매일 출퇴근 친구가 된 그녀 덕분인 것 같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매일 글쓰기 도전 중입니다!
3일차 주제: '책' 어떻게 읽고 계시나요. 책 읽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제3자가 되어 글로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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