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마 Sep 05. 2019

좋아는 해도 널 집착하진 않아

애착이 가는 물건이 없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많아지면 피곤하거든.

05

낡다: 오래되어 헐었거나 산뜻하지 않다.

나는 낡은 물건은 바로바로 정리해 버린다. 미련이 남아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낡지 않아도 필요 없거나 여분의 물건이 생기면 바로 정리해 기증해버린다. 굳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고 말하진 않지만 무언가를 사는 것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괴롭다. 필요해도 잘 사지 않고 낡은 건 버린다. 공간과 물건은 계속 순환시켜줘야 에너지도 함께 순환한다고 믿는다.


낡은 것을 버린다고 새 물건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잠옷 바짓가랑이 사이가 찢어져도 3년을 더 입을 만큼 오래 쓰지만 기능을 다 하거나 어디에 꺼내 두기 난감한 정도로 쓰지 않을 뿐이다.(잠옷은 이불밖에 나올 일이 없어서 가랑이가 찢어져도 계속 입는가 보다.) 정말 좋아해 자주 신던 신발도, 둘도 없는 친구가 준 선물도 알뜰이 쓰다가 복구가 안 되는 지경이 되면 바로 정리한다. 마치 두루마리 휴지를 끝까지 쓰면 종이 롤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새로운 뭉치로 갈아 끼듯 쓰던 물건의 기능을 다하면 별 감정 없이 헤어진다.


오래전 누군가의 글을 읽은 적 있다.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한 물건은 나와 역사를 함께한 것 같아 더욱 소중해진다고. 그 사람은 오래된 카메라, 만년필, 핸드폰 등 나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쌓아간 것들에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소설 '은교'에서 엄마에게 받은 둘도 없는 거울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대생 소설가처럼 나는 그저 무덤덤한 얼굴로 마주할 뿐이다.

 

나의 애정템 노트북과 지값

내가 가친 최고가(?) 노트북은 무척이나 소중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잘 쓰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다. 엄마가 여행 중 날 생각하며 선물해준 지갑도 애틋하지만 낡으면 정리하겠지. 어쩌면 내가 물건에 애착을 붙이지 못하는 건 그것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너무나 가볍게 분리해버리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는 물건을 쓰며 깊게 교감하는 법을 아직 모르는가 보다.


소중한 추억은 가슴에,
낡아 닳아버린 물건은 추억 속으로.

그래서 우리 집에 애착을 담은 물건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매일 글쓰기 도전 중입니다!
4일차 주제: 많이 낡았지만 여전히 애착이 가는 '물건'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책 들고 조는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