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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갑용 Jun 07. 2019

교사의 평가권은 확보되었는가?

과정 중심 평가가 올바르게 실행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평가에 대한 전문성 확보와 함께 평가권을 보장하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에게 평가권이 있는가?    


  교사에게는 교육활동과 관련한 권리인 교육권이 있다. 대표적인 교육권수업권과 평가권이. 여기서 교사의 평가권은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5조를 보면 학생에 대한 평가권은 단위학교의 학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①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ㆍ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자료를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작성ㆍ관리하여야 한다.(이하 각 호 생략)

    ② 학교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자료를 제30조의4에 따른 교육정보시스템으로 작성ㆍ관리하여야 한다.

    ③ 학교의 장은 소속 학교의 학생이 전출하면 제1항에 따른 자료를 그 학생이 전입한 학교의 장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법규에는 학생평가 결과는 학생지도와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평가 활동을 통해 교사의 수업방법 개선 자료가 되는 것과 상급학교 학생 선발의 중요한 증명 자료의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자료들은 교육정보시스템으로 전산 작성하여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학생이 전학을 갈 경우 이를 해당 학교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평가자료를 작성과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학교장에게  부여하고있다.  법적으로 학교장에게 평가권이 부여된 모양새이다.

동법 20조에 명시된 교장의 임무는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이다. 함께 교사의 임무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사람은 교사이다. 교장은 이러한 교사의 교육활동을 지도․감독하는 사무적 행정적 관리 역할이다. 평가에 있어 교사가 작성한 것을 결재함으로서 학교장의 최종 승인으로 학생에 대한 평가 내용이 법적 효력을 보게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학생 평가 권한은 학생을 직접 가르치고 평가하고 생활기록부에 기입하는 교사에게 위임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복잡한 논의를 하지 않더라도 평가는 가르치는 자가 하는 것이 교육적이며 당연한 것으로 학생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교육권에 속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교사가 평가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서 평가와 관련된 기준과 작성 요령과 양식까지 국가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내에서도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통해 평가 계획을 심의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가가 선발의 기능에 치중되었으며, 이처럼 선발적 교육관에 입각한 평가는 교육에서 국가의 권력적 개입을 요청하게 된다(박창언 2015; 331). 학생 선발과 관련한 전국적인 표준화 작업을 수행해야 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담보하기 위해 획일적인 교육내용과 균일한 평가체제를 강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는 궁극적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고, 학생의 자기 형성을 돕는데 목적이 있다. 초등교육에 있어서는 더욱이 선발을 위한 공신적인 명분으로써의 평가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따라 적절한 교육 내용을 제공하고, 개별화된 교육방법을 적용하여 학생의 성장을 돕는 교육으로 본래의 평가 가치를 추구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에게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과 평가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사의 평가권 보장에 관한 외국 사례    


  외국의 주요 선진국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개별 교사가 자율적으로 학생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별로 개별 출제인지 공동 출제인지를 구분하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형성평가, 총괄평가, 수행평가, 지필평가 등 모든 형태의 평가에 대해 교사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단위 또는 주 단위로 실시되는 표준화된 대규모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미국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진단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학생의 변화를 점검하며, 교육정책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내신 성적은 대부분 수업을 담당한 교사가 주체가 되어 실시한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평가는 같은 과목에서 같은 교과서로 수업이 진행되더라도 교사에 따라 수업 내용,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평가에 있어서도 내용과 방법, 난이도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 있는 재외 한국학교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의 경우 모든 교과목에 대하여 정기평가를 실시하는데 출제 방법은 전적으로 교사 자율에 맡긴다. 따라서 교사의 판단에 따라 동일 교과 교사끼리 공동으로 출제하는 경우도 있다. 평가 방법은 정해진 평가 방법을 규정하지 않고 다양한 평가 방법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의 평가권을 보장하는 미국 사례의 하나로 서민원(2016)의 연구에서는 버지니아 교사협의회(Virginia Education Association)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버지니아주에서는 학생의 성적에 대한 최종 권한은 교사에게 있다고 선언하고, 단 학생이 성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경우, 학교교육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성적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교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기본 전제에는 변함이 없고, 교사가 동의를 하는 경우에 성적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제한을 설정함으로써 교사의 권한을 보호하고자 노력한다.


[독일의 경우]

  독일도 교육에 있어 교사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한다. 독일에서 규정하는 교사의 교육 자율권은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수업 내용, 교재 및 자료 선정, 교수 방법을 결정할 수 있으며, 학생평가, 학생 지도와 징계권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정수정, 2016).

   특히 독일 교사의 교육 자율권 중에 두드러진 것은 평가권인데, 이는 학생평가에서 구두평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에서 나타난다(한국교육신문, 2012. 3. 15). 독일의 초‧중등학교에서 성적은 지필평가와 구두평가결과를 각각 약 50%의 비율로 통합하여 산출되는데 절대평가 방식으로 매우 우수(sehr gut)-우수(gut)-만족(befriedigend)-보통(ausreichend)-부족(mangelhaft)-매우 부족(ungenugend)의 6등급으로 분류한다(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 2016).

  또한 독일에서는 교사의 자율권·평가권을 존중하지만, 교사들은 성적 산출을 위해 학기 말에는 동일 학년의 교사가 모여 ‘성적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 회의에서 교사들은 자신이 담당한 과목의 학생 성적을 논의하는데, 특히 작년에 비해 성적 차이가 큰 학생, 과목 간 성적 차이가 큰 학생, 상급학년으로 진급이 어려운 학생은 집중적으로 성적 부여가 타당한지를 담당 교사가 설명하고, 다른 교사들은 이를 검토하고 논의한다. 학생 성적에 대해 모든 교사가 동의하면 다시 학년부장 교사, 교장, 학부모 대표가 모여 검토하는 절차를 갖는다(홍혜정, 2017. 9, 26).    


[영국의 경우]

  영국의 GCSE(중등교육과정 수료시험). 영국에서는 최근 지필평가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험 체계가 변경되면서 학교 현장의 불만이 팽배하다.

  초·중등학교에서 정기평가의 출제 주체는 교사 개인으로 정기평가과제를 매 평가 시 개발하며, 평가 방법으로 선다형(선택형),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활용한다. 수행평가는 모든 교과목에 대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수행평가 내용 및 시행 횟수는 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교과과정 중 수시로 평가한다.

  수행평가의 출제 주체는 교사 개인으로 수행 평가 과제를 매 평가 시 개발하며, 평가 방법으로 수시 관찰, 정기적인 쓰기 평가, 학생 작품 및 산출물 평가 등을 활용한다. 정기평가와 수행평가 모두 절대평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평가 결과는 성취 수준 및 진술문(교사 코멘트)을 혼용하여 학생에게 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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