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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갑용 Jun 03. 2019

학교 현장에서 표류하는 과정 중심 평가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한 동상이몽(同床異夢)

 가.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한 동상이몽(同床異夢)   

 

      평가에 대한 교사의 고민    


  교사가 학교에서 하는 일을 수업, 생활지도, 담당사무로 구분한다. 이때 수업 속에는 학년별로 교과별 법정 이수시간의 운영과 함께 평가업무도 포함되어 있다. 교육대학교의 양성과정에서 평가업무에 대한 특별한 교육은 없었던 것 같다. 교사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시험이라는 일제고사를 중심으로 평가를 추진해 왔을 것이다. 시험에 대한 우리 학부모들의 요구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처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본다.

  최대한 교사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평가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시험 결과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학생 평가에 임하는 교사는 공정한 시험평가를 위해 문제 출제에서부터 시험을 치르는 교실 분위기까지 엄숙하고 엄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매우 긴장되는 업무인 것이다.     


  하지만 평가의 본질은 학습목표 도달을 위한 것으로 학생의 학습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여 학생이 학습 내용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교사가 자신의 수업에 대한 자기 성찰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생 평가는 학교 현장에서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가 큰 분야 중에 하나가 되었다.


  특별히 초임교사 시절을 회고해 보면 나름대로 학생들의 사고와 흥미를 자극하면서 수업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학기말 지필평가에서 옆 반의 선배교사 반에 비해 학생들의 성적이 낮게 나와 당황스럽고 기분 상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해 알아보니 옆 반의 선배교사는 여러 번 시험지를 복사해서 나누어주며 반복해서 풀어 보게 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옆 반에 지고 싶지 않아서 우리 반 학생들에게도 시험지를 복사해 주면서 열심히 풀어보게 했던 기억이 있다. 신기하게도 그 효과는 있었다. 그때는 평가가 학생 간의 비교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비교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암기 숙달시키던 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교육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 반 학생들도 할 수 있다는 것만 확인한 후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재미있게 배웠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에게 수업과 함께 학생평가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었다. 좋은 수업을 하고 싶어 하는 교사들의 열망은 시험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앞의 이야기에서처럼 일방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풀게 하던 시절에는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문제가 좋지 않다고 말하고 이런 문제가 문제냐고 항변하듯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있다. 시험 결과를 계량화해서 점수로 학생의 능력과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려 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같은 시험(일제 평가) 결과는 교사들에게도 수업과 학급경영 역량, 교사로서의 자질  등 많은 것을 뒤돌아보게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과정 중심 평가의 등장과 기대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와 미국의 교육향상도 평가와 같은 대규모 평가에서 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성취 수준을 높이려는 평가 정책은 교수-학습 과정을 등한시 한 투입과 산출 모형에 근거한 것이라는 문제 제기를 한 1998년 ‘Inside Black Box’라는 Black과 Wiliam의 논문 이후 학습과정에서의 평가, 학습을 위한 평가라는 용어로도 불리는 형성평가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교육적 담론의 주제로 사용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그 의미를 명료히 하고자 노력하였고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 연구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오해와 혼란은 여전하여 실행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우리나라도 그 담론에 뒤늦게 뛰어들어 방향에 있어서는 유사한 ‘과정 중심 평가’와 같은 용어를 만들어 교육현장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교육과정 구성의 주안점으로 학습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개정 교육과정을 역량중심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이를 신장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을 언급하고 있으며, 평가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를 제안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7, pp.6-7)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 계획에 따라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교수․학습의 일부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박지현 외, 2018, p.6. 재인용).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주입식 교육, 암기식 교육 그리고 이를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결과 중심의 평가와 서열화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과정 중심 평가의 도입은 평가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째, 과정 중심 평가가 시행되면 수업과 평가의 연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보았다. 가르친 것을 평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러하지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가르친 사람이 평가문항을 개발하여 시험을 보기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외부에서 제작된 평가도구를 활용해 평가를 치러왔으며 학부모와 학생들도 외부기관의 시험 형태를 학교 내부의 평가보다 신뢰하는 경향마저 보였다.

  둘째, 교사들은 과정 중심 평가가 도입되면 학생 개인별로 수준에 맞는 평가를 시행하게 되고 평가 결과로 부족한 점을 파악해 지도하기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촉진하는 평가로 전환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렇게 교사들은 과정 중심 평가의 도입으로 평가의 교육적 기능이 회복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현장의 벽을 느끼며 극복을 위한 실제적인 방법을 찾아보기보다는 고단함에 망연자실 표류하고 있다.        



나. 교사는 삼중고(三重苦)다    


     교사들은 과중한 평가업무 부담에 힘겹다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가르치고 평가해야 하는 교과는

적게는 6개에서 많게는 11개이다.    


  무엇보다 교사들은 수업과 업무 등으로 분주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교사의 경우 하루에 4~5개 과목을 6시간 정도 수업을 한다. 이러한 교과 수업 외에도 창의적 체험활동, 현장체험학습, 안전교육, 계기교육, 스포츠클럽활동, 생활교육, 학교 행정 업무까지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모든 교과와 성취기준에 대한 평가를 내실 있게 준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취지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현장에서 실천하기엔 버거운 면이 많다. 한마디로 피곤해지는 것이다.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수업 상황에서 과정 중심 평가를 실천하고자 할 때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을 이렇게 말한다.  평가를 위해 평가를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교육의 본질인 가르치는 활동이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 됐다. 평가업무가 과중하고 평가 문항의 수가 너무 많다. 서술식 평가의 채점과 통지 등의 업무가 많다. 밤늦게까지 평가지를 만들면서 차라리 아이들 손 한 번 더 잡아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평가에 쏟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과정 중심 평가에서는 학습의 모든 과정이 근거 자료가 돼 이것을 활용하고 관리하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그나마 공책이나 학습지 등 결과물로 남는 것은 포트폴리오로 만들면 되지만, 구술평가·역할극 평가 등 무형의 자료는 수업 중에 사진·동영상 등으로 남겨야 한다. 학습활동도 안내해야 하고 평가 장면도 남겨야 하고, 학생 개별 평가와 피드백까지 해야 하는 교사는 너무나 힘들다.


  수업 후에는 평가 보조부나 나이스에 평가결과를 기록한다. 교탁 위에는 항상 학생들의 평가를 위한 학습 결과물과 포트폴리오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덧붙여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위한 피드백 계획도 수립해야 하고, 2차 평가가 필요한 학생에 대한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이게 끝일까?

  또다시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교사들이 과정 중심 평가를 실천할 때 교사들이 직면하게 되는 문제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많다는 것이다. 과정 중심 평가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활동을 관찰하면서 평가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의 개선 없이는 실천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과정 중심 평가를 위한 시간적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업의 과정 중에 평가를 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주기에는 40분(초등학교의 경우)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학습활동을 통합적으로 가져가면서 시간을 확보하라고 한다. 이렇게 과정 중심 평가를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과 평가와 연계한 교수설계, 학생의 학습과정 기록 방안 마련 등의 업무가 파생되어 교사의 업무는 과다해진다.    


     교사들은 확보되지 않은 전문성으로 막막하다


  한마디로 막막하고 막연하다.

  교사들은 “과정 중심 평가를 하라고만 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모호하다”라고 푸념이다. 교사 연수로 진행되었던 연수과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가 이해가 된다. 연수 내용은 성취기준에 기반 한 교육과정 재구성 실습과 수행평가문항 개발과 관련한 실습으로 구성되었으며 교과별 평가 사례들만 제시하여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배우고 싶어서 연수를 받았는데 수행평가 문항 개발과정이 주를 이루었고 오히려 연수 후에 더 어려움을 느꼈다는 연수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행평가를 제대로 해도 과정 중심 평가를 한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별하게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하면서 대대적으로 연수를 시키는데 알고 있는 수행평가에 대해 연수하고 문항 개발이라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서 교사들은 당황했을 것이다.     


  과정 중심 평가가 새로운 평가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면 기존의 방법들을 어떻게 재인식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교사들의 규범을 자극했어야 한다고 본다. 평가방식의 변화가 아닌 평가관의 변화로 받아 들어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장 교사들은 하면서도 “이게 맞나?”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평가권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의 전문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되면서 교사들에게는 더욱더 열심히 학생 평가에 대한 교육 전문성을 확충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다. 교사들은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교사들은 전통적 수업과 대안적 평가가 뒤섞여 혼란스럽다


  우리가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던 전통적인 수업은 학생들이 해당 지식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 내지는 이해하고 있느냐?’라는 평가의 방향에 유리하도록 발전해 왔다고 본다. 심지어 협동학습에서도 학생 상호 간에 학습의 결과를 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암기 숙달 기법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러한 수업이 학생 참여형이나 배움 중심, 인성 중심의 수업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과정 중심 평가는 이러한 개선된 수업에서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하자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교사 주도의 수업과 결과 중심의 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전개하면서 학습의 결과를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것이나, 교사 주도의 주입식 수업을 전개하면서 과정 중심 평가를 적용한다고 하는 것은 수업과 평가의 연계의 논리가 모순된 경우이다.

  과정 중심의 평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지식을 구성해 가는 과정이 담긴 수업, 역량이나 기능이 발휘되는 활동형 수업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과정 중심 평가는 수업 중에 실행되는 것이고 이에 적합한 수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과 평가 세트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업과 평가가 엇박자가 난다면 그 자체로 혼란스러운 일이다.


  과정 중심 평가 위상에 대해 명확한 안내가 없이 기법이나 방법으로 확산하려고 했던 착오가 현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과정 중심 평가는 평가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요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시기에 의한 평가 방법 분류나, 장면에 따른 평가 방법과 같은 층위의 관점에서 볼 사항은 아니다. 같은 교사별 지필평가를 실시해도 과정 중심 평가 관점에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과정 중심 평가의 패러다임이 영역면에서 인지적, 정의적 영역의 평가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과 같다.    

  또한 우리에게 평가는 실증적 근거를 두고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과정 중심 평가를 실천할 때 모든 장면을 기록할 수 없고 모든 과정을 객관적인 도구를 통해 평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장 적절한 것이 교사의 주관적 관찰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해서 학생의 활동을 척도에 의해 평가하고 도달 여부나 수준의 정도를 상중하의 척도에 의해 체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Nitko(1995)는 측정 평가의 핵심적 요소로 기록 보고(reporting)를 들고 있다. 학생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성취 수준을 점검하고 진단하여 표기하고 기록하려는 욕구는 학생의 상태를 평가(judging)하는 측정의 개념을 수업 속 평가에서도 여전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이 성취해야 하는 객관적 지식이 있어 평가 역시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실증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과학적 접근방법은 모두에게 공정한 평가 도구를 제작하여 신뢰롭게 평가해야 한다는 가정에서 온다.


  선택형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다양한 평가 방법으로 수행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자기 평가, 교사 관찰에 의한 체크리스트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학생이 학습한 것의 정도나 수준을 기록하려고 하는 것은 평가를 학습을 위하여(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assessment as measurement for learning)이라는 측정학적 관점으로 평가를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의 수준을 파악(judge)하고 학습목표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하여 그에 적절한 피드백(자극)을 해야 하는 것도 실증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목표 달성 모형을 염두에 두고 실행한다면 수업에서 평가는 학생의 학습을 위한 것이라 해도 학생의 상태와 성장(향상) 정도를 파악하고 기록하여 최종 성취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증거의 수집에 초점을 두게 된다.


  전통적 평가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교사는 학생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배우는 가를 알아야 하며, 학생의 관찰 가능한 수행과 성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학생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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