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가치를 바꾸는 프레임의 마법, 감성 마케팅
마트 과자 코너에 가면 수많은 초코 과자들이 화려한 포장지를 뽐내며 진열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빨간색 패키지에
커다란 한자가 적힌 과자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오리온 초코파이다.
지금은 국민 과자로 불리지만,
초코파이도 한때 엄청난 위기를 겪었다.
오리온이 처음 초코파이를 히트시키자
롯데, 해태, 크라운 등 경쟁사들이 똑같은 이름과 비슷한 모양으로 미투 제품(베끼기 상품)을 쏟아낸 것이다.
초코파이라는 이름은 상표권 등록이 취소되어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통 명사가 되어버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오리온 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더 싸게 팔거나 크기를 키운 경쟁사 제품을 집어 들면 그만이었다.
지독한 가격 경쟁과 품질 경쟁의 늪에 빠진 오리온은 여기서 아주 기발한 승부수를 던진다.
"우리는 이제 과자를 팔지 않겠습니다."
초코파이에 '정(情)'이라는 글자를 입히다
오리온은 더 이상 우리 초콜릿이 더 진하다거나 마시멜로가 더 쫄깃하다고 광고하지 않았다.
대신 초코파이 패키지 한가운데에 따뜻한 정(情)이라는 한 글자를 크게 박아 넣었다.
그리고 TV 광고를 통해
이사 가는 날 경비 아저씨에게 건네는 초코파이,
군대 간 삼촌에게 조카가 보내는 초코파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마법 같은 한 글자는
초코파이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초코파이는 출출할 때 먹는 밀가루 빵이 아니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 고마움, 따뜻한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경쟁사들이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려고
눈치 싸움을 할 때, 오리온은 아예 다른 경기장으로 이동해 버렸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기꺼이 오리온 초코파이를 집어 들었다.
정이라는 감정의 가격표를
경쟁사의 10원, 20원 할인과
비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저가 경쟁에서 탈출하는 1인 기업가의 무기
나만의 스토어를 열고 상품을 올렸을 때,
초보 사장님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벽이 바로 가격 경쟁이다.
중국에서 똑같이 떼 온 물건,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물건을 팔다 보면 결국 100원이라도 더 싼 곳으로 고객은 떠나버린다.
대형 자본과 공장을 가진 사람을
1인 기업가가 가격과 스펙으로 이길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도 오리온처럼 상품에
프레임(Frame, 틀)을 새로 씌워야 한다.
물건의 기능이 아니라,
그 물건이 가져다줄 감성과 스토리를 파는 것이다.
평범한 머그컵을 굽는 공방 사장님이라고 상상해 보자.
하수의 판매법: 300ml 대용량, 깨지지 않는 튼튼한 세라믹 머그컵을 9,900원에 팝니다.
고수의 판매법: 퇴근 후 지친 당신을 위로해 줄,
온기가 1시간 동안 머무는 따뜻한 위로의 컵을 팝니다.
하수는 컵이라는 사물을 팔았고,
고수는 퇴근 후의 위로라는 감정을 팔았다.
기능은 쉽게 베낄 수 있지만,
상품에 부여된 고유한 감성과 스토리는
누구도 쉽게 베낄 수 없다.
나는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가
내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쓰는 글,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 스마트스토어에 진열한 상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나는 그저 정보와 물건의 껍데기만 나열하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정을 담아내고 있는가?
지갑을 여는 것은 결국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내 상품에 어떤 따뜻한 이름표를 붙여줄지 고민하는 순간, 10원짜리 가격 전쟁에서 벗어나 나만의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