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오리온은 초코파이가 아니라 '이것'을 팔았다

​물건의 가치를 바꾸는 프레임의 마법, 감성 마케팅

by 가비야


​마트 과자 코너에 가면 수많은 초코 과자들이 화려한 포장지를 뽐내며 진열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빨간색 패키지에

커다란 한자가 적힌 과자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오리온 초코파이다.
​지금은 국민 과자로 불리지만,

초코파이도 한때 엄청난 위기를 겪었다.

오리온이 처음 초코파이를 히트시키자

롯데, 해태, 크라운 등 경쟁사들이 똑같은 이름과 비슷한 모양으로 미투 제품(베끼기 상품)을 쏟아낸 것이다.


​초코파이라는 이름은 상표권 등록이 취소되어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통 명사가 되어버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오리온 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더 싸게 팔거나 크기를 키운 경쟁사 제품을 집어 들면 그만이었다.


​지독한 가격 경쟁과 품질 경쟁의 늪에 빠진 오리온은 여기서 아주 기발한 승부수를 던진다.


​"우리는 이제 과자를 팔지 않겠습니다."
​초코파이에 '정(情)'이라는 글자를 입히다


​오리온은 더 이상 우리 초콜릿이 더 진하다거나 마시멜로가 더 쫄깃하다고 광고하지 않았다.

대신 초코파이 패키지 한가운데에 따뜻한 정(情)이라는 한 글자를 크게 박아 넣었다.


​그리고 TV 광고를 통해

이사 가는 날 경비 아저씨에게 건네는 초코파이,

군대 간 삼촌에게 조카가 보내는 초코파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 마법 같은 한 글자는

초코파이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초코파이는 출출할 때 먹는 밀가루 빵이 아니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 고마움, 따뜻한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경쟁사들이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려고

눈치 싸움을 할 때, 오리온은 아예 다른 경기장으로 이동해 버렸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기꺼이 오리온 초코파이를 집어 들었다.


정이라는 감정의 가격표를

경쟁사의 10원, 20원 할인과

비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저가 경쟁에서 탈출하는 1인 기업가의 무기
​나만의 스토어를 열고 상품을 올렸을 때,

초보 사장님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벽이 바로 가격 경쟁이다.


​중국에서 똑같이 떼 온 물건,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물건을 팔다 보면 결국 100원이라도 더 싼 곳으로 고객은 떠나버린다.

대형 자본과 공장을 가진 사람을

1인 기업가가 가격과 스펙으로 이길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도 오리온처럼 상품에

프레임(Frame, 틀)을 새로 씌워야 한다.


물건의 기능이 아니라,

그 물건이 가져다줄 감성과 스토리를 파는 것이다.


​평범한 머그컵을 굽는 공방 사장님이라고 상상해 보자.


​하수의 판매법: 300ml 대용량, 깨지지 않는 튼튼한 세라믹 머그컵을 9,900원에 팝니다.


고수의 판매법: 퇴근 후 지친 당신을 위로해 줄,

온기가 1시간 동안 머무는 따뜻한 위로의 컵을 팝니다.


하수는 컵이라는 사물을 팔았고,

고수는 퇴근 후의 위로라는 감정을 팔았다.


기능은 쉽게 베낄 수 있지만,

상품에 부여된 고유한 감성과 스토리는

누구도 쉽게 베낄 수 없다.




​나는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가
​내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쓰는 글,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 스마트스토어에 진열한 상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나는 그저 정보와 물건의 껍데기만 나열하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정을 담아내고 있는가?


​지갑을 여는 것은 결국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내 상품에 어떤 따뜻한 이름표를 붙여줄지 고민하는 순간, 10원짜리 가격 전쟁에서 벗어나 나만의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