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어쩌면 인간은 창작을 그치는 순간 늙게 되는 것이 아닐까?

by ㄱHMㅣ


유치원에 다니기도 전, 내 꿈은 줄곧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이 가게에 나가고 언니들이 학교에 가면,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종이를 자르고 붙이며 바지런히 무언가를 만들었다. 휴지심을 모아 가족 인형을 만들기도 했고, 색종이를 잘라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 때도 있었다. 놀다가도 TV 유치원 속 만들기 시간만큼은 놓치지 않고 챙겨봤고, 받고 싶은 선물이 있냐는 질문에는 늘 MR.K 입체 편지지라고 말했다.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은 그림에서 글로, 글에서 동영상으로 계속해서 모양을 바꾸었다. 도화지와 원고지.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도구는 계속해서 달라졌지만, 창작은 여전히 나의 삶에 깊게 자리 잡았다.


지난 삼십 년을 돌아보니, 참 많은 것에 도전했던 나날이었다. 여전히 잠들기 전에 작은 목표를 세운다.


“내일은 글 한 편을 쓸 거야.”

“그림 한 컷을 그릴 거야.”

“짧은 동영상 하나를 만들 거야.”


밤마다 떠올린 아이디어를 모아 매일매일 작은 성공을 이루며 하루를 완성해 간다. 머릿속을 잔뜩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하나의 결과물로 남을 때, 나는 비로소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창작하는 순간만큼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다. 늙는다는 건 단순히 나이를 많이 먹고, 쇠퇴하는 과정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창작을 그치는 순간 늙게 되는 것이 아닐까?


2025년 11월, 가을의 끝자락에서

ㄱHMㅣ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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