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트래커 작성을 추천한다
언젠가부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초-중-고등학교 때는 짜여진 학교 수업 시간표대로 움직였고 대학교 때도 느슨하긴 하지만 강의 시간표란 게 있었는데, 직장인이 되고 나니 '나인투식스(9시-6시 근무)'라는 뭉뚱그려진 시간표뿐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 '오늘 뭐했더라'라는 질문에는 어설프게나마 대답할 수 있지만, 일요일 저녁에 '이번 주에 뭐했더라'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면...
1) 회사에 있는 시간
월화수목금 5일 동안 정신없이 '나인투식스'를, 심지어 가끔은 '나인투나인'을 했지만, 정확히 어떤 업무를 했는지, 각 업무에 어느 정도 시간을 쏟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2) 퇴근 후의 시간
분명 집에는 7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고 밥 먹고 씻으니 8시 반이었는데, 그때부터 잠드는 시각인 자정까지 도대체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유튜브 보고 인스타그램 본 게 전부인 건가? 아냐, 어떤 날은 책도 조금 읽었고 어떤 날은 홈트도 했는데...
3) 황금 같은 주말
온전히 내 시간인 주말조차 순삭이다..! 오전 10시쯤 기상해서 아침 겸 점심을 대충 챙겨 먹고 밀린 빨래를 돌리고 냉장고를 채워 놓고 저녁 약속 갔다 왔더니 출근하기 12시간 전... ㅇㅅㅇ???
도대체 내 시간들이 어디로 달아난 거지?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데, 정말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진 모르겠지만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월급마냥) 시간이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다.
빛의 속도로 달아나는 시간을 붙잡지는 못할지언정, 내가 일주일 동안 도대체 어떤 활동들을 얼마나 했는지를 '알고나 싶어서' 타임 트래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언제 기상해서 출근 전에는 뭐를 했고, 회사에서는 시간대별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퇴근해서 저녁을 챙겨 먹은 후부터 자기 전까지는 뭘 했는지 간단히 기록하고 있다. 4개월째 타임 트래커를 적고 있는데 빼먹은 날도 많지만(특히 주말) 꽤나 유용하다.
1) 기상 시각, 취침 시각 트래킹이 된다.
언제 자서 언제 일어나는지를 알게 된다. 덤으로 몇 시간 정도 자야 개운한지까지 알 수 있다. 나는 11시부터 졸리기 시작해서 11시 반이면 잠들고 이르면 6시 반,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난다. 7시간보다 적게 잔 날에는 너무 피곤하다는 걸 알게 되어 최소 7시간 정도는 자려고 한다. 물론 주말은 더 늦게 자서 더 늦게 일어난다.
2) 회사에서 업무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업무에 짓눌려 눈 깜짝할 사이에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경험은 다들 여러 번 해 봤을 것이다. 나 또한 '벌써 다섯 시 반이야?' 하는 날들이 많은데, 이럴 때 타임 트래커를 보면 어떤 업무를 몇 시간 동안 했는지 바로 알 수 있고 다른 날 업무 계획을 짤 때도 유용하다.
3) 퇴근 후를 잘 보내고 있는지 확인(주로 반성)이 가능하다.
타임 트래커를 적어 보면, 퇴근 후의 시간을 정말 영양가 없이 흘려보내는 날들이 많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밥 먹고 씻고 조금 쉬는 건 당연히 꼭 필요하고 괜찮은데, 조금 쉰다는 게 그냥 자기 전까지 빈둥거리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타임 트래커를 쓰게 되면 퇴근 후에 한 시간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나는 주로 홈트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것 같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는 시간을 1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철두철미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대충 두리뭉실하게 작성한 날도 많고, 오전에는 잘 작성하다가 오후에는 까먹는 경우도 많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빼먹는 날이나 기록하다 마는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부담 갖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해 보길 권한다.
중요한 것은 타임 트래커를 꾸준히 작성함으로써 나의 하루 24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뚜렷하게 파악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버려지던 한 시간이라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