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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 대하여

담백하지만 확실한 행복

by 가을해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옛 연인의 딸에게 연락을 받고 파리에 도착한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는 어린 시절 맛본 국물을 다시 맛보고 싶다는 노인의 부탁을 들어주며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다.


화려한 음식보다는 단출하지만 역사를 담고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일본 음식 드라마의 매력이다. 특히 "먹는 행위"에 대해 "재료 본질을 탐구하고, 그 조화를 음미한다."라는 담백하면서도 확실한 철학적 메시지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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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는 혼자서 음식을 즐기는 주인공을 통해 '혼밥' 문화를 확산시킨 작품이다. 우리는 이 시리즈를 통해 복잡한 사회 관계망 속에서 불순물처럼 흘러가던 중, 잠시 벗어나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가 행위를 즐길 때 비로소 완전한 몰입이 가능해진다. 우리에게 있어서 이제 혼밥, 혼술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치유의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는 파리, 일본의 섬, 한국 거제도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다. 즉 홀로 행위하는 것에서 나아가 함께 나누는 것의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전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홀로 살아가지만, 결국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인생의 필연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일까? 이때 흥미롭게 다가는 것은 함께하는 대상이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라는 것. 언어적 장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음식이 이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탐구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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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에서는 종종 '슴슴하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담백하고 감칠맛도 있지만 뾰족한 맛이 없는.. 그런 작품들이 많다. 이러한 지점에서 누군가는 심심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또 다른 새로움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새삼스러운 고요함. 우린 이 고요함이 낯설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스크린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란 자극만 한 것이 없다. "도파민"이라는 의학적 용어는 어느새 문화적 중독을 표상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러한 풍조 속에서 일상 소음이 생소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며 일상적인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내가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내가 스스로 고요해지도록 만든다. 때로는 향수에 젖게 하고, 때로는 지금의 행복을 음미하게 만드는.. 지극히 사랑스러운 시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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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모험 요소가 있어 감각적인 면에서 다채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틀을 넘어선 시각을 제공하는 이 작품을 관람해 보길 권한다.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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