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을 May 05. 2022

비 오는 날의 돼지고기 갓김치부침개

밥 차리는 것을 즐거워하려고 애를 씁니다 - 코시국 집밥기록


요즘 집에 삼식이가 살기도 하고, 비도 오고 그래서, 아침부터 부침개를 부쳐보았다.


남편이 재택근무를 시작하니 이제는 삼시 세 끼를 차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 이후 외식을 자제하면서 시작한 밥상일기다. 처음에는 저녁 한 끼 정도는 그래도 집밥으로 잘 차려먹어 보자, 주말에도 배달음식을 먹지 말아 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삼시 세 끼를 차려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도전을 넘어 큰 딜레마가 되었다. 평소에 출근을 할 때는 아침을 먹지 않던 남편인데, 집에 있으면 왜 오전 9-10시 사이에 꼭 배가 고프다고 하는가.


비가 오니 다행히 나도 오늘은 아침부터 뭔가가 당기긴 한다. 내가 먹고 싶어서 뭘 만들면 그나마 덜 귀찮다. 남편이 아침부터 무슨 부침개냐고 하는데 내가 먹고 싶어 만든다는데 무슨 상관. 막상 만들어놓으면 자기가 더 맛있게 잘 먹으면서.


배추김치가 기본 베이스이긴 하지만, 이제 조금 오래묵어 쿰쿰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 갓김치도 반죽에 조금 섞어서 부치니 식감과 맛이 아주 좋다. 씹히는 맛을 위해 돼지고기도 조금 넣었다. 우리 부부는 육식동물인 편이라 모든 음식에 고기를 같이 넣는다. 고기는 우리 집에서 거의 양념, 조미료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고기는 모든 음식의 기본이자 완성이다. 곁들여 마시는 차는 얼그레이 티다. 저녁이었으면 막걸리를 한 잔 따랐을텐데 아침이라 그건 자제해본다. 커피는 이미 일어나자마자 한 잔 마셨고, 진한 얼그레이티 한 잔을 곁들이면 부침개의 느끼함을 좀 잡아줄 것 같다. 부침개를 영어로 하면 코리안 팬케익이라고 하던데, 팬케익과 얼그레이 티라니 브런치 세트가 따로 없다.


김치에 부침가루로 반죽을 해서 적당히 간간한데 남편은  전을 먹을  간장을 찍어먹는다. 남편이 말하길, 전은 아무리 간이 되어 있더라도 간장 맛이 추가가 되어야  안에서 맛의 완성도가 있다고 한다. 평소에  삼삼하고 싱겁게 먹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자극적인 것을 찾아서 걱정이다. 잔소리를  하고 싶지만, 나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먹게 하면 굉장히 화가 나기 때문에  이상의 코멘트는 하지 않기로 한다.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2020년 초부터 조금씩 해 두었던 밥상에 대한 기록과 그 기억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하나씩 옮겨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활절과 계란 장조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