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굳이, 출판사를?

너, 그냥 퇴사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고?

by 흩날림문고


너 미쳤니?
안정적이고 돈 많이 주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뭐? 출판사?
그것도 서른이 넘어서?
박정민이 요새 좀 핫하다고,
개나 소나 출판사 대표? 가능할 것 같아?
너, 정말 제정신이니?



아, 들린다.

무모하다고 지껄일 수많은 비난과 한숨과 경멸.

어쩌면 내 내면의 소리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건 정당한 비난일 수도 있는 것이,

사실, 나는 창업을 알지 못한다.

준비해 본 적도 없다.

게다가 출판사?


문학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한 손에는 소설을,

다른 손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들고,

감히 출판사 창업을 논한다면,

아마, 박정민 씨는 코웃음을 칠 테지.


솔직하게 터놓자면,

실은 이 모든 구상과 계획들은,

오직 나의 뇟바퀴를 구르고 굴러,

순식간에 불어난 눈덩이가 되었을 뿐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조차 참지 못하고,

당신들의 입밖을 기어 나올

무수한 비난에 변명하기 위해,

나의 다부진 꿈을 속속히 터놓지는 않겠다.

차차, 보따리에서 하나씩.

그렇게 내놓을 것이다. 고집스레.


어쩌면 나의 출판사는,

시작과 함께 사장될 수도,

숱한 고비들을 넘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벼랑 앞에서 돌이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쩐지 멈출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슬픔이 베여 온다.


우리 엄마의 말마따나,

나의 길은 늘 좁았고,

그럼에도 나는 고집스레 갔다.

굳이, 구태여, 꼭 그렇게.


사실 나도 두렵다.

이 길 끝에 선 내 두 눈이,

지금 바로 이 순간을 되돌아보고 있을까 봐.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지금의 나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살기에는 문학을, 인류를, 자유를,

사랑을 너무도 사랑한다.


내가 더는 망가지지 않기 위해.

내가 나를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휩쓸려가는 나를 알알이 쓸어 모아,

되고자 했던 나의 모습과 그나마 유사한,

어쩌면 지금은 상상도 못 할,

더 나은 나의 목적으로 나를 다져 올리기를.


나는 한 곳에 정박한 뿌리 깊은 나무가 되기보다,

꽃이 지고 나면 모든 걸 태우고서,

바람을 타고 떠다니며

씨앗을 뿌리고 생명을 태동시키는,

홀씨로 살겠다.


그래서 나는 출판사 대표가 되고자 한다.

그 자유, 그 사랑, 그 이야기들을

알알이 모아서 흩날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