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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자의 변명

책쓰기와 읽기에 대해

책을 쓰는 자의 변명          


벌써 몇 권의 책을 내다보니 내 책에 대한 반응의 댓글을 볼 때가 있다.

좋은 댓글도 있고, 때로 낯이 화끈거리는 댓글도 보게 된다. 어떤 이는 메일이나 문자로 책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악의에 찬 메일은 안 받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같은 책에 대해 극단의 반응이 엇갈릴 때는 신기하기도 하다. ‘이 책이 너무 좋아서 출근하면서 계속 읽고 있다’는 문자가 오는가 하면, ‘낚였다’는 댓글을 보기도 한다.

솔직히 ‘낚였다’는 속이 상한다. 나는 누구도 낚으려고 한 적이 없다. 내 이야기와 내 생각을 얘기한 것뿐이고 그 생각과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좀 더 기운을 내고 도움을 받았기를 기대했을 뿐....뭐...한, 두 명쯤 낚는다고 그 책 팔아 내 살림이 나아질 일은 없다.

어떤 면에서 책은 들인 에너지 대비 가장 소득이 나오지 않는 행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자식 키우는 것 빼고...ㅎㅎㅎ~     


책에 대한 나쁜 평가의 한 가지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썼다’는 반응이다. 사실 좀 억울하다. 

내가 책을 읽는 기준은 ‘안다고 생각하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것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아시겠지만 ‘아는 것을 다 실천하면’ 우리는 이미 성인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그러니 아는 얘기라고 폄하되는 것은 좀 섭섭하다. 우리는 그 ‘아는 얘기’들을 끝없이 반추하며 삶을 개선해나가야 하는데, 대부분 곧잘 삶에 매몰되어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당신이 정말 좋은 책을, 얼마나 잘 썼느냐?”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자신은 없다. 책도 자식과 비슷해서 세상에 내놓고 보면, 안 좋은 점만 더 잘 보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들인 시간과 내 품에서 나왔다는 태생적 책임이 있으니 또 부족해도 사랑할 수밖에...     


이 정도의 책이 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의 숙고가 있었을까?


이야기가 좀 엉뚱하게 흘렀다. 이야기의 요지는 이거다.

우리가 삶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런데 막상 살면서 우리는 곧잘 잊어버리고 산다. 그런 삶에 경종을 울리고 다시 집중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책이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 전혀 모르는 얘기만 기대한다면 그게 좀 더 이상하지 않을까? 문제는 그 아는 얘기를 어떻게 삶에 적용할 것인가다. 

적어도 자기계발서는(내가 쓴 책들은 자기계발서라는 항목에 대부분 묶이게 된다) 전혀 모르는 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는 얘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이를 꾸준히 삶에 적용할 것인가가 관건이고, 책이 그러한 부분에 일조할 수 있다면 나름의 몫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좀 봐주시면 좋겠다. 어차피 책을 고를 때 신중하게 고르시지 않나? 이 사람이 왜 이런 긴 시간을 들여서 책을 썼을지를 한 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이왕 구입한 것이라면, 잘 찾아보면 어느 한 구석쯤엔 ‘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이야기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것들을 찾아 오늘도 책 속의 사냥을 떠나는 독자이기도 하다. 그 사냥에 좋은 것이 하나라도 걸리면 내 삶은 그만큼 더 좋아지리라 믿는다. 

그게 책이 주는 진정한 미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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