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준비에 대하여
살면서 참 많이 듣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회사를 다니며 자주 듣지만 정작 회사를 나와서야 뒤늦게 이해되는 말이 있습니다.
“퇴직 준비는 미리 해야 한다.”라는 조언이 그것입니다.
이 말은 너무 많이 들려서 이제는 문장으로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치 엘리베이터 안내방송처럼, 그냥 배경음처럼 흘러갑니다.
사실 틀린 말이라고 반박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 대답만 할 뿐입니다.
“맞죠. 해야죠.”
“알고는 있어요.”
“근데 지금은 바빠서요.”
이 말 속에는 거짓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냥 이런 상태로 퇴직을 맞이합니다.
결국 정말로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직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 봐야겠지요.
머리로 아는 것과, 삶으로 깨닫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퇴직 전 강의나 상담을 하다 보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퇴직까지 3년 정도 남은 분에게, “지금부터 준비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입니다.
퇴직까지 1년 남은 분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정작 퇴직 후 6개월이 지난 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왜 아무도 이렇게까지 힘들다고는 말 안 해줬죠?”
사실 말은 했습니다. 수없이 했습니다.
책에서도 했고, 강의에서도 했고, 영상에서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그때까지는 ‘정보’였지 ‘경험’이 아니었을 겁니다.
인간은 이해해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겪어야 움직입니다.
퇴직 전, “일은 갑자기 끊깁니다” → 그냥 경고문
퇴직 후, “일은 갑자기 끊깁니다” → 현실 설명서
퇴직 전, “사람은 일이 없을 때 훨씬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 좋은 말
퇴직 후, “사람은 일이 없을 때 훨씬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 내 이야기
문장은 같지만 의미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우리는 항상 지금 서 있는 자리, 겪어본 상황에서만 이해합니다.
왜 직장인들은 미리 준비가 어려울까요?
많은 사람들이 의지가 약해서 준비를 못 하는 것이 아닙니다. 퇴직이 실감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퇴직은 미래 사건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업무와 성과압박은 지금 당장의 괴로움입니다.
인간은 늘 현재를 해결하기 바쁩니다. 그래서 미래 대비는 늘 밀립니다.
문제는 퇴직이 현실이 되는 순간부터는 준비가 아니라 대응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한 박자씩 늦는 이유는 몰라서가 아니라, 아직 자기 시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말이 설명이 아니라 경험으로 뼈저리게 다가오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비로소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 그래서 그때 그런 말을 했구나.”
이 이해는 빠르면 좋지만, 대부분은 늦게 옵니다.
그래서 인생의 많은 조언은 미래를 바꾸기보다 과거를 설명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직 준비를 한다는 것은 퇴직 후를 완벽하게 설계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며 실제 경험하게 될 순간의 충격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지요.
어차피 우리는 겪어야 이해하지만 잘된 준비는 그 경험의 낙차를 줄여줍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좋은 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그 말이 제대로 다가오려면 타이밍이 필요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진리를 이해할 준비가 되었을 때 이미 그 상황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이미 늦었다는 인식이 자신을 감쌀 때 막상 비난할 사람이 나뿐이란 사실에 더 절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때의 절망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경험을 초석을 삼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지도는 실제 경험은 아니지만 막상 우리가 현장에 도달했을 때 자신감을 줍니다.
타인의 경험이 내 미래의 지도가 될 수 있다면 지금 당신이 지도를 살피는 노력은 충분한 가치로 되돌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