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과 택시업계 갈등을 보며
며칠 째 사회면 뉴스들을 보면 빠지지 않고 카풀 서비스와 택시업계의 충돌 문제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택시운전기사의 분신자살까지 일어나며 양측의 갈등은 점점 날선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 갈등은 또한 과거의 직업과 미래의 직업 사이의 시장점령이란 패러다임을 담고 있는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도 있습니다. 그건 단순히 이익을 원하는 두 집단의 싸움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와 기존의 생존권이라는 강력한 두 흐름의 충돌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생존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을 보면서 19세기 초반 불거졌던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린 건 저 혼자였을까요?
여러분도 알고 계시듯이 발단은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 중 하나를 형성하고 있는 공유경제입니다. 공유경제란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로, 한번 생산된 제품, 혹은 각 개인이 소유한 자원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입니다.
예전처럼 엄청나게 대량생산과 소비를 하던 발전적 시대가 이제 조금씩 저성장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그리고 예전엔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빌려서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공유경제의 힘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유경제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기업생태환경은 수많은 개인들을 플랫폼이라는 환경으로 끌어들이면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택시업계와 카풀 서비스의 갈등은 이제 서막인지도 모릅니다. 이미 시장 한편에서는 호텔, 모텔과 펜션들이 에어비애비 공유 서비스와 경쟁하고 있고, 소규모 요식업자들은 이제 배달의 민족 등의 배달앱을 무시하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어갑니다.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공유경제는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습니다. 사실 차량공유 서비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는 우버가,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랩이, 그리고 중국에서는 디디추싱 등이 이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나 몰라라’ 하며 시장에서 기존의 택시업계나 숙박업계의 기득권만 인정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 언젠가 분명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몰려올 텐데 그때마다 기득권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한국은 금방 뒤처질지도 모릅니다.
이번의 택시와 카풀 앱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는 모릅니다. 변화를 원하는 쪽에서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명분이, 기존의 생계권 위협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강력한 조직과 수많은 사람의 생존권’이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해 보이는 것은,
그 변화를 이번에는 일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교통서비스에 관한 한 공유경제는 어쩌면 과도기일지도 모릅니다. 이후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진행될 때 도대체 어떤 식으로 교통서비스 관련 세상이 바뀔 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듭니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모든 산업이 이런 부분에 대비하면서 함께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결국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이 흐름은 천천히 오는 것 같지만 막상 목전에서 이슈가 불거지면 대체로 이미 대처가 늦어지기 쉽습니다.
어떠신가요? 당신의 직업적 미래는 안전하신가요?
(다음 편에 이런 고민에 대한 개인이나 사회의 대안을 한번 고민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