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딸아이의 성화로 몇 번씩 끌려가고, 갈 때 마다 후회하지만 또 끌려가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주로 양재AT센터나 SETEC, 코엑스 등에서 열리는 이벤트 들이 그것입니다.
10대인 딸은 흔히 말하는 애니메이션쪽의 덕질을 좀 하고 있습니다. 둘째도 아직 초등학생인지라 이런 곳의 방문을 싫어할 일이 없습니다. 문제는 아직은 좀 어리고, 행사장이 집에서 멀리 있는 관계로 늘 엉겁결에 아빠 노릇하겠다고 딸려가야 하는 제 입장이지요.
가면 늘 힘들고, 꽤 소비가 심한 것에 놀랍니다. 그리고 컨벤션 비즈니스가 나름 매력적이라는 것도 보게 됩니다. 아, 물론 이건 표피적으로만 느낀 제 짧은 생각이긴 합니다. 깊은 속내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더 잘 알테지요.
며칠 전에도 서울디저트 페어란 곳에 다녀왔습니다. 금손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수공예품 폐스티벌도 층을 나눠 함께 진행하는데 모두 중학생인 딸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입니다.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는데 가고 싶은 눈치가 역력합니다. 결국 시간도 그리 여유가 없었는데 아내와 동생까지 대동하고 함께 나섰습니다.
늘 그렇지만 ‘도대체 이런 것에 사람이 많아봐야 얼마나 많을까?’ 싶지만 막상 가보면 ‘악’소리 나게 붐비는 대기 줄을 보게 됩니다. 이번에도 양재AT센터 로비를 겹으로 가로지르는 현장매표 대기 줄이 있습니다. 서울코믹월드 같은 경우는 아예 대기 줄이 그 추운 겨울, 바깥에서 대기하는데도 4~5번 겹겹이 늘어진 줄을 거쳐야 매표가 가능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것들을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세입니다.
어린 10대들도 마치 ‘돈을 쓸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달려듭니다.
거의 함부로 돈을 쓰는 경우가 없는 제 딸조차 어렵게 모은 용돈을 순식간에 몇 만원씩 소비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캐릭터 페어 같은 곳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돈 주고도 못 사서’ 울고 화내는 어린 친구들을 보기도 합니다.
4~50대의 눈에는 ‘뭐 이런 세상이’ 싶은 느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실상 이번에도 느꼈지만 그다지 합리적인 소비의 선택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디저트 페어의 경우 디저트류 음식과 길거리 음식이 엄청나게 팔리는 걸 봤는데 문제는 그 음식들을 접하기 위해 이미 인당 5000원(현장결제)의 비용과 주차비용이란 추가부담을 지불해야 합니다. 일단 3만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거기에 간 겁니다. 거기에 그곳에 있는 부스들은 입점을 위해 비용을 냈을 테니 원래 가게(있다면)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팔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엄청나게 팔려 나갑니다. 사실 제가 본 것 중 최고는 서울코믹월드나 캐릭터 페어 같은 것이긴 합니다만 이곳도 만만치는 않더군요. 거의 이런 저런 비용을 합치면 4인 가족이 대중형 뷔페를 함께 갈 비용이 넘어섭니다. 이 고생을 무릅쓰고 말이지요. 이런 것이 컨벤션 비즈니스의 힘일까요? 뭉쳐 있으니 재미있고 신나 보입니다. 실제 아내와 딸아이는 꽤 즐거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비즈니스는 참 다양합니다. 집에 와서 서툰 어림짐작으로 계산해 보니 훌륭한 사업모델임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엇보다 매년 개최될 이유가 없겠지요.
이런 사업의 변형은 또 얼마나 곳곳에서 일어날까요? 그냥 지켜보는 방관자 입장에선 참 흥미로운 요즘 세상입니다. 제가 대기해야 할 줄이 너무 길지만 않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