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 영랑호에서
"선생님, 새들이 자살하기도 하나요?"
필드스코프로 민물가마우지를 관찰하던 중이었다. 한 마리가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서는 한참을 나오지 않기에, 염려가 되었다.
"하하, 아마도 신나게 사냥중일겁니다."
이런 질문이 처음도 아니라는 듯, 선생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민물가마우지의 생태에 대해 알려주셨다.
민물가마우지는 깃털에 기름이 없어 오랜 잠수가 가능하기에, 물속에 뛰어들어 물 속 먹이를 사냥할 수 있다. 녀석이 자살하는건 아닐런지 걱정했던 나는, 사실은 녀석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른채 내 맘대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저쪽에 민물가마우지가 있다는 동행 선생님의 말에, 어디에 있는건지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내 눈에 보이는건 움직임이 없는 동상같은 물체뿐이었다.
"선생님, 움직이지 않는걸보면 아무리봐도 그냥 동상 같아요. 지금 저 새 모른다고 장난치시는거죠!"
왠걸 선생님말대로 민물가마우지였다.
민물가마우지처럼 깃털에 기름이 없어 잠수가 가능한 새들은, 잠수 후에 비행을 위해서는 젖은 깃털을 말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날개를 말릴때에는 날개를 파닥이기도 하고, 날개를 편 채로 한참을 그냥 가만히 있기도 한다.
탐조를 했다고도 할 수 없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 세계를 경험하며 마주하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내가 옳다고만 생각했던 수많은 아집은 물론이며, 욕심을 부려야 하기도 내려놓아야 하기도 하는 순간들과 이 모든 순간들을 그저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둘러싼 지구의 환경까지.
내게 많은 가르침을 준 탐조의 세계를 갓 시작한 초보자의 눈으로 담아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