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내릴 때 만나는 아름다운 세상
나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운전대만 잡으면 쏟아지는 잠 때문에 몇 번의 사고를 겪은 뒤, 10여 년 전부터 아예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덕분에 나의 출퇴근과 여행은 늘 대중교통이라는 공유된 풍경 속에 머문다. 그곳에서 마주친 인사의 장면들은 내 삶의 온도를 바꾸어 놓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경남 하동 여행 중에 만난 장면이었다. 그곳의 버스는 차 안의 공기부터 달랐다. 학생도, 어르신도 버스를 오르내릴 때면 약속이라도 한 듯 기사님께 인사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타인에게 건네는 그 다정한 말 한마디가 차 안의 온도를 얼마나 순식간에 데우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40여 분 내내 내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경험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대구에서 근무하면서 보았던 기억도 특별하다. 지하철역에서 직장까지 가는 버스 기사님들은 늘 먼저 목례를 하거나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수개월 동안 변함없는 그 인사를 마주하며 내 마음에도 작은 균열이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나 역시 기사님께 화답하기 시작했다. 탈 때는 "안녕하세요", 내릴 때는 "감사합니다"라고. 관찰자였던 내가 비로소 버스 안에서 인사의 주체가 된 순간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의 풍경은 조금 건조한 편이다. 먼저 인사하는 기사님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고, 나 역시 인사하는 분에게만 선별적으로 반응하곤 했다. 하지만 하동의 승객들과 대구의 기사님들이 보여준 그 아름다운 광경을 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인사를 어떻게 하게 됐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행복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일상의 예술가들이었다.
올해 1월부터는 인천에서 매일 30분씩 버스로 출퇴근한다. 이제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버스에 오르며 "안녕하세요"를, 내리며 "감사합니다"를 건넨다. 이 단순한 행동은 이제 일상의 외투처럼 익숙하고 편안하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면 무뚝뚝하던 기사님들의 목소리에도 이내 다정한 온기가 실려 되돌아온다.
최근에는 택시를 타고 내릴 때도 인사를 잊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이 작은 실천을 통해 깨달은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 인사를 듣는 상대보다 인사를 건네는 내 기분이 먼저 좋아진다는 점이다. 인사는 타인을 향한 예우이기도 하지만, 결국 내 안의 즐거움을 깨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내가 즐거워지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너그러워졌다. 내가 먼저 건네는 '안녕하세요'가 누군가의 무뚝뚝한 하루에 다정한 파동을 일으키고, 그 온기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결국 인사는 나를 사랑하는 법이자,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가장 확실한 마법이다. 나는 오늘도 "안녕하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기분 좋은 기적을 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