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적입니다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이 순간, 기적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by 꿈 꾸는 철이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눈을 떠 발바닥이 방바닥에 닿는 그 서늘한 감촉, 무심코 들이켜는 공기의 청량함, 그리고 아무런 통증 없이 음식을 씹고 삼키는 이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은 기적입니다'라는 마음속의 매거진을 발행하고, 삶의 작은 조각들을 그곳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알리 비나지르(Ali Binazir) 박사는 한 인간이 태어나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할 확률을 계산한 바 있다. 그가 내놓은 수치는 무려 '400조 분의 1'이다. 이는 당첨 확률이 814만 분의 1인 로또를 연속으로 50번 당첨되어야 하는 것과 같고, 광활한 바다에 던져진 구명튜브 하나에 거북이가 우연히 머리를 집어넣을 확률보다 희박하다.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으로 태어나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통계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의 산물인 셈이다.


그 경이로운 확률을 뚫고, 나는 수많은 나라 중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뿌리를 내렸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중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일구고, 인간 존중과 문화적 번영이 꽃을 피운 나라. 이런 시대와 장소에서 살아갈 확률까지 더해진다면 나의 존재는 기적 중의 기적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가정 안에서도 기적은 이어진다. 성격도, MBTI도 극과 극인 남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시간을 함께 살아냈다. 외출 시 준비하는 시간 등 사소한 일로 투닥거리던 풍경은,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성찰의 거울이 되었다.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며, 각자의 인내와 헌신으로 지켜온 우리의 세월은 그 어떤 화려한 성공보다 값진 기적이다.


두 아이를 키워낸 아버지로서의 삶은 또 어떠한가. 특히 차가운 병원 복도에서 막막한 밤을 지새우게 했던 둘째 딸의 투병 생활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진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 이제는 정신적, 경제적으로 오롯이 독립해 제 몫을 다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볼 때, 나는 신이 허락한 가장 선명한 기적의 증거를 목격한다.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큰 딸의 모습 또한 내 생의 든든한 축복이다.


5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영과 혼, 육체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구들, 혹은 병마와 싸우는 이들을 떠올릴 때면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평온한 일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절감한다. 감사는 그 깨달음의 끝에서 저절로 피어나는 꽃과 같다.


공직에서의 여정 역시 행운의 연속이었다. 30여 년 전, 서류 뭉치 사이에서 길을 잃던 어리숙한 신입 직원이 이제는 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해 정년을 바라보고 있다. 낯선 보직과 환경에 적응하며 결핍의 갈증을 배움으로 채워온 그 치열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빚어냈으니, 이 또한 삶이 내게 베푼 커다란 호의이자 기적이다.


내가 여기서 생각하고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하늘과 땅과 공기는 나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공조하고 있다. 우주의 모든 입자가 나를 돕고 있는 이 찰나의 순간들 앞에서 나는 오직 감사할 뿐이다.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확률을 뚫고 도착한 나의 오늘.....


그렇다, 지금 이 순간은 기적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숨결 또한 그 기적의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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