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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이 Apr 26. 2024

별이 된 '동주'를 백도서공원에서 그리다

후쿠오카에서 만난 윤동주


후쿠오카 형무소 담장을 따라 걷고 있다. 담장 높이는 3~4m는 넘게 보인다. 담장 아래를 걷고 있는 나를 도 하고도 남을 만큼 콘크리트 담장은 높다. 동주는 이곳 안 어디에선가 27세의 젊디 젊은 나이에 절규하며 하늘로 갔다


(사진 : 후쿠오카 형무소 콘크리트 담장)


동주가 갇혀 있을 당시인 1945년에는 후쿠오카 형무소였다. 지금은 후쿠오카 구치소이다. 동주는 1943년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치안유지법 위반죄로 징역 2년의 판결을 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형을 살고 있었다. 해방을 6개월 남겨둔 1945년 2월 16일 새벽에 이곳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년 1개월이라는 짧은 삶을 마감했다. 1945년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고, 형무소였기에 지금의 후쿠오카 형무소 보다 더 삼엄하고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후쿠오카 형무소의 높은 벽은 압도를 넘어 공포감이 밀려든다. 동주는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까 생각하며 담장 둘레를 걸었다.


(사진 : 벚나무 배경으로 보이는 건물이 후쿠오카 형무소)


걷다 보니 백도서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에서는 형무소의 건물도 보였다. 벚나무 끝에 물이 올라 있었다. 따뜻한 햇볕과 공기가 벚나무의 꽃망울을 만들어가는 봄의 생기가 느껴지는 날이다. 여기는 후쿠오카 형무소 옆이고, 오늘은 2월 13일이다. 동주가 세상을 떠나기 4일 전이다. 형무소 옆에 있는 이곳 백도서공원 날씨는 봄기운이 밀려오고 있다. 형무소 안은 어떨까? 아마도 차디찬 바닥과 냉기가 가득할 것이다.


(사진 : 2월 13일, 벚나무 끝에 물이 올라 있다)


동주는 벚나무에 물이 오르는 시기에 차가운 형무소 안에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조국 해방의 봄날을 얼마 남겨 두지 않는 가장 어두운 새벽에 '동주'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하늘의 별은 어두울수록 더욱 빛난다. 하늘의 별이 된 '동주'는 우리 사회가, 우리나라가 어둠 속에서 어려울 때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후쿠오카 형무소의 담장이 아무리 높고 압도하며 공포감을 준다 해도 동주의 별은 나의 마음에 빛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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