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Nov 07. 2023

천박사 퇴마연구소

40대에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

나에게 '강동원'이라는 배우는 얼굴이 잘생긴 꽃미남 배우였다.

30대 초반인 나는 인터넷 소설과 웹소설을 함께 겪은 세대다.


중고등학교 때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를 시작으로 웬만한 인소를 섭렵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인소를 쓰기도 했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는 성적 하락이었지만.)


 그때, 귀여니 작가의 '늑대의 유혹'이 영화로 나왔고, 강동원 배우의 우산씬은 영원히 잊지 못할 등장씬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글을 보는 걸 훨씬 좋아했고, 소설의 감각이 좋았기에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그 후로도 이상하게 강동원 배우에 대한 영화는 본 적이 없었다. 내 발로 직접 영화관에 찾아가 그의 영화를 굳이 볼 생각을 못했다.


그렇게 나는 강동원 배우의 리즈시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와 30대의 빛나던 모습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천박사 퇴마연구소' 시사회에 당첨되었다.


전우치와 검사외전, 검은 사제들 등 강동원 배우가 출연한 전작들 중 히트 친 작품들이 계속 거론되었다. 뭐, 그런 장르인가 보다 하고 생각 없이 보러 갔다.


***

1. 이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던가.

40대 남자의 미래가 기대되는 경우가 있던가.

강동원 배우를 보면서, 이 배우가 앞으로 연기할 캐릭터들이 궁금해졌다. 가벼울 때는 한없이 가볍다가도, 무거울 때는 한없이 무거워진다. 강약조절, 완급조절, 뭐 어쨌든 그 무엇이든 간에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다. 거기다가 목소리도 좋은 배우다. 특히, 이 작품에서 그 어떤 장면에서도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스토리를 끌고 간다.

얼마 전에, 방작원(한국방송작가교육원)에서 배우를 만난 적이 있다. 얼굴만 잘생겨서는 배우를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잘생긴 얼굴은 기본값이다. 그래야 이야기 전개에 사람들이 납득하니까. 거기에 키, 몸매, 목소리와 같은 외적인 요소도 갖춰야 한다. 그뿐일까. 내면 연기, 감정 연기, 몸짓, 눈빛, 행동, 어쩔 때는 눈발에 선 실핏줄까지. 그 모든 게 가능해야 배우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니, "강동원 배우는 원래 연기 잘해."라는 소리를 매번 들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하하ㅠ 지나온 과거는 어쩔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챙겨봐야지.


2. 나는 어쩔 수 없는 판타지 작가인가 보다.

사람들이 내게 직업을 물어볼 때, 나는 "웹소설_로판_작가"라고 대답한다. 물론, 로맨스만 쓴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웹소설이 술술 써지는 건 판타지가 들어갈 때이다.
판타지라는 장르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캐릭터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만큼 사건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천박사 퇴마연구소는 악평이 제법 많은 작품이다. 앞서 말한 강동원 배우의 전작들이 생각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린아이들이 볼 법한 유치한 만화 같다고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아주 잘 살렸기 때문이다. '설경'이라 불리는 부적의 등장, 알 수 없는 묘한 힘, 귀신 보는 붉은 눈, 신의 힘을 가진 검 등, 현실에서는 평생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하는 온갖 재미난 설정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악평들을 보면서도 내가 이 작품이 그렇게 끌린 이유를 알았다. 내가 판타지 쓰는 걸 좋아하니, 이런 거에 환호하는구나. 그러니 나는 어쩔 수 없는 판타지 작가라는 걸 인정하게 해 준 작품이다.


3.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조연출 출신, 김성식 감독

'마법천자문'을 보는 것 같다는 악평을 보며 솔직히 웃었다. 그럴 수밖에. 이 영화를 만든 김성식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사람이다.

천박사 시사회를 봤으니, gv에도 관심이 생겼다. 나도 그걸 보고서 김성식 감독님의 전공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그런 작품이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gv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박찬욱 감독님이 함께 나왔는데, 박 감독님이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을 찍으면서,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한 거냐."는 말에 빵 터졌다.

그래서일까. 천박사 퇴마연구소는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다. 김성식 감독님의 오랜 시간 다져진 실력이 어디 가지 않았다. 영화를 볼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을 정도로 불편한 부분이 있을 때도 있다. 종종, 영화와 두뇌 싸움을 하듯 머릿속으로 씨름하며 볼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만 해도 행복하고 즐겁게 본 영화였다.

4. 연기파 배우들이 픽한 작품

허준호, 이솜, 김종수, 이동휘 + 박정민 배우 가 스토리를 함께 이끌고 나간다. 거기에 조연들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선택한 작품의 배경에는 시나리오의 탄탄함이 있지 않나 싶다.

5. 이야기의 기본 중의 기본을 다룬 작품

얼핏 보기에는 가벼운 타임킬링용 영화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시나리오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꼭 보라고 하고 싶다.

우선, 선악 구도가 분명하다. 누가 주인공인지, 누가 빌런인지가 명확하다. 게다가 주인공이 조금도 헷갈리지 않는다. 주인공이라는 큰 축, 그리고 그에 대립되는 빌런의 축이 확실하다.

그리고, 사연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가벼워 보이지만, 그 속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이 사연이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라면 빼놓을 수 없는, 가족의 사랑이 묻어난다. 주인공도 가족의 일로 움직이고, 주인공이 얽힌 사건마다 가족이 등장한다. 첫 시작도 그렇고, 이후 이어지는 사건도 그렇다.

기본 중의 기본을 따르면서도 지루하지도, 늘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이 참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