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서 끝나는 이야기
기억을 기록하는 공간(240320)
한 가지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에 닿게 된다.
'이 행위를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면,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비혼과 저출산의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만났거나 만나게 될 질문이다.
여기에 나름 나의 답을 찾아가 보면 이렇다.
지금 하는 일은 본질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살아가면서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되면, 수학에서 미적분을 하듯이 극한의 가정을 상정하는 것을 즐긴다. 그것이 오히려 본질을 명확하게 하여, 나의 생각을 심연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만약 1년 후에 죽음으로써 나의 인생이 끝나게 된다면, 내가 무엇을 했을 때 죽는 그 순간에 소리 내어 울 수 있을까?'
내가 죽음에 닿게 된다면 나의 DNA는 그 순간 이어지지 못하고 소멸하겠지만, 나의 글은 남아서 세상을 떠돌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글로써 나 자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실존하는 방법이다.
언제나 시작과 끝은 만난다. 시작과 끝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했다면 중간에 멈춰서는 안 된다. 중간에 멈춰 선 곳이 답이 아니라면, 우리는 잘못된 사고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시작과 끝은 만난다. 만나지 못했다면 답이 아닌 것이고, 답이 아니라면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