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사람과 같은 주제로 한탄하는 우리에게

기억을 기록하는 공간(230923)

by 가현달

다시 한번 지나가는 지치고 설레는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오래된 친구와 삼겹살집을 찾았다.

최근 들어 우울한 날에는 술을 먹지 않는 게 버릇이 되어, 오늘도 콜라로 친구의 술잔에 짠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종이컵이었다는 것. 종이컵으로 짠을 하기에는 뭔가 기분이 나지 않았다.​


여느 때라면 친구와 술이 몇 잔 들어가고, 예상된 타이밍에 나오는 예상된 한탄과 힘겨움, 그리고 반복되는 안쓰러움과 듣기만 해도 그려지는 힘겨움 들이 한바탕 지나갔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몇 가지 힘듦을 쏟아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위로하며 이야기 나눈 후 아쉬운 듯 자리를 파했겠지만, 오늘은 중간에 예상치 못한 질문을 만났다. 친구는 갑자기 생각난 듯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왜 항상 너를 만나서 같은 주제로, 같은 한탄을 하는 걸까?"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느끼는 현재의 아이러니함과, 근본적으로 내가 뭐 하고 있는지 의문을 들게 하는 시간이 찾아온 것일까?​


이런 심오한 친구의 물음에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을 했다.


"이제 더 이상 뭘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그럴걸?"


지금까지는 주변에서 말하는 대로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해서, 애까지 낳은 친구에게 말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가지 않는 길을 가고자 지금까지 아등바등 살았지만, 그냥 그렇게 흘러와버린 내가 할 말은 아니었던 거 같다.​


어쩌면 평소대로 '힘들다' 배틀을 한차례 하며, 결혼하고 애 키우는 친구가 힘든지, 혼자 생활하며 목적 없이 지내는 내가 힘든지 서로 배틀이 이어졌겠지만, 오늘만큼은 친구의 삶이 더 고단해 보였다.


순간적으로 별생각 없이 친구에게 한 대답이었지만,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친구가 평소보다 오늘 더 큰 위로를 바란 것일지도 모르는데, 너무 성의 없이 대답한 거 같았다.


늦은 술자리에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친구와 나눈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위로해 주고 싶다. 평소에 하는 그런 뻔한 위로 말고 진짜 위로가 되고 싶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라는 게 결국 한계가 있었고, 정말 바뀌는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최근에 내가 언제 가장 위로를 받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건 헤드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였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그 순간 동안은 주변과 나를 잠시 분리시켜 줘서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처럼 나를 위로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바로 핸드폰을 들어 로켓배송으로 보스 QC45를 주문하고 친구에게 카톡을 했다.


'야 월요일 점심이나 같이 먹자. 회사 나오지?"​


그렇게 월요병으로 지친 어느 날의 점심시간이 되었고, 회사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 친구에게 무심한 듯 내 선물을 건넸다.​


겉으로는 별거 아니라는 듯 너스레를 떨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위로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게 뭘까?​


내 마음을 온전히 치유해 주는 기적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


말로써 공감해 주는 게 처음에는 위로가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무뎌지는 걸 느꼈다.


벌써 몇 년째 반복되는 위로에 듣는 사람도 지치고, 하는 사람도 지겹다고 느껴지는 건 내가 변해서일까? 아니면 세상이 변하지 않아서일까?


어쩌면 헤드폰이 내가 친구에게 줄 수 있는 위로일 거 같아 준비한 것이었는데, 부디 내 생각이 맞아서 평소와는 다른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나에게도 위로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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