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한국을 다녀왔다. 때마침 아빠 지인분 딸의 결혼식이 있어서,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축하하러 참석하게 됐다.
아빠도 그 지인분을 10년만에 보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지인분이 나를 보고서는 ‘오 파워블로거!’ 라고 하시는데
당황했다. 그거... 10년 전인데... 나 고등학생 때 내세울 만한게 그것밖에 없긴하지.. 솔직히 파워블로거 수준도 아니었다. 그냥 오랫동안 글을 꾸준히 써서 정기적으로 오는 구독자 분들이 계셔서 노출이 조금 더 많이 되었을뿐.
그러면서도 웃겼던게 아빠가 친구분께 별 내세울것도 없는 딸의 옛 이력을 자랑아닌 자랑을 했다는 점이다. 정말 부모님의 자랑은 본인의 자랑이 아니라 자식 자랑이 우선이구나! 그리고 또 한가지 재밌었던 건, 정말 이 지인분은 업데이트가 하나도 안되신 분이구나! 10년동안 만나지 않아도 결혼식에 초대받을 수 있구나!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까지 질길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또한 별로 자랑할 말한 것도 아닌 나의 10대 시절 블로그 이력을 기억하시는 지인분의 기억력이 굉장히 좋다고도 생각했다.
엄마도 몇 년전부터 다시 블로그를 시작해보는게 어떻냐고 반복해서 물어왔다. 엄마는 한번 꽂히는 생각이 있으면 그걸 엄마 말대로 진짜로 실행할 때까지 말을 멈추지 않는다. 하필 뭘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하는 청개구리 본성의 딸과 엄마의 잔소리 공격이 합쳐져서 내가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끝나지 않는 무한 굴레다. 덕분에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보내는 스킬을 터득하기는 했다. 엄마는 한번 말을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나는 웬만해선 엄마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을 끊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싸움만 나버리니 흘려듣는게 서로에게 있어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도 엄마의 무한 반복되는 잔소리도 한몫했는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근데 또 재밌다. 할 말이 너무 많다. 엄마가 정말 너무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겉으로는 애교가 많으면서도 본인의 이야기는 그닥 잘 하지 않는 딸의 솔직한 글이 반가운가 보다.
아마 내가 무엇을 시작하든, 나의 1호 팬은 무조건 엄마 아빠 일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인생에도 그분들을 가장 먼저 응원하는 1호 팬은 결국 부모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