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초대할 나만의 집이 있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 대청소를 시작한다. 햇살이 들어오게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화장실은 특히 신경 써서 청소하고 물기를 말려둔다. 방과 거실 가구 위에 먼지들도 닦아낸다. 방안 구석구석 걸레로 훔쳐낸다. 널어두었던 빨래도 모두 거둔다. 베란다 바닥도 쓸어내고 창틀 사이도 청소기로 한 번 빨아들인다.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오늘 해야 할 요리를 머릿속으로 생각해본다. 뭘 먼저 만들어야 할지, 재료가 모두 있는지 생각해본다. 친구들이 올 시간에 맞춰 요리를 시작한다. 금세 주방은 폭탄 맞은 것처럼 변한다. 틈틈이 치워야 한다. 설거지 해 놓을 수 있는 것들은 미리 해놓는다. 요리가 마무리되어가면 테이블을 세팅한다. 각자 앞접시를 놓고 커트러리의 물자국도 다시 닦아서 테이블에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음식들도 예쁜 그릇에 옮겨 담는다. 절대 냄비째 올려놓지 않는다. 준비가 끝나면 하얗고 밝은 천장 조명은 모두 끄고 은은하고 노란 빛의 스탠드와 램프만 켜놓는다. 잔잔한 재즈음악을 선곡해서 틀어놓는다.
친구들이 온다. 오자마자 집이 예쁘다고 칭찬해준다. 열심히 차려놓은 테이블에 한 번 더 환호성을 지른다. 힘들게 준비한 보람이 있다. 나는 으쓱해진다.
나의 새로운 취미, 친구들 초대하기.
놀러 가서 숙소를 꾸며 파티하는 것 말고 정말 친구 집에서 홈파티를 해 본 적이 없다는 두 친구와 했던 연말 파티. 이 날의 컨셉은 아웃백이었다. 큰 맘먹고 한우를 사서 미리 시즈닝 처리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양송이 스프를 끓이고 파스타를 삶았다. 원래는 투움바 파스타를 하려고 했는데 양송이 스프도 크림이라서 그냥 새우 오일 파스타로 했다. 부시맨 브레드를 따뜻하게 구워 빵칼과 함께 놓았다. 사실 친구들이 오기 전에 요리가 끝나지 않았다. 후배는 지인이 이벤트 용품 사업을 시작했다며 풍선을 맞춰왔다. 내가 준비하는 동안 두 친구는 풍선을 불어 벽에 붙였다. 풍선을 다 붙인 후 이런 홈파티는 처음이라며 좋아하는 친구들. 누군가의 처음을 우리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여행메이트 친구가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을 때는 우리의 유럽여행을 추억하며 '독일에서 먹었던 슈니첼'을 재연해보았다. 친구의 특별 주문이었다. 튀김요리는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잘해도 되는 것인가. 친구는 만족해했고 나도 만족스러웠다. 저녁에는 베란다를 꾸며 방구석 캠핑을 했다. 음악과 술과 조명과 고기만 있다면 야외 캠핑이 부럽지 않다. 당연하게도 삼겹살 기름에 밥도 볶아먹고 라면으로 마무리했다. 낮에는 직접 담근 샹그리아, 밤에는 소주와 마무리 맥주까지 술을 세 가지나 섞어 마셨는데 다음 날 아침, 숙취도 없고 얼굴도 멀쩡한 것을 보니 분위기가 알콜을 모두 흡수한 모양이다. 마지막 식사로 브런치를 차려주었다. 친구는 감동을 받아 "어디에서도 이런 대접을 받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렇게 나를 또 알아간다. 누군가를 위해 청소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 내가 준비한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흐뭇해지는 것은, 이것이 엄마의 마음인 것일까? 아니면 나의 공간과 요리 실력을 자랑하고 칭찬받는 일이 행복한 것일까?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를 다시 단정하게 정리하고 조용해진 집안에서 남은 술을 혼자 홀짝거리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그날은 정말 완벽한 하루가 된다. 그 고요함은 중독적이다.
물론 바깥에서의 활동도 여전히 소중하다. 예쁜 카페에 가는 일, 분위기 좋은 술집을 발견하는 것, 사 먹는 맛있는 음식들, 여행 모두 여전히 좋다. 그래도 친구들이 자주 놀러 와 주면 좋겠다.
아- 또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다. 아직 초대하지 못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연락처를 뒤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