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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오 Feb 23. 2017

[프랑스 여행기] 일곱째 날, 몽생미셸, 에트르타 ..

일곱째 날, 파리 근교 여행지 - 에트르타 옹플뢰르 몽생미셸

0. 누구나 이런 풍경을 예상한다.


여행의 동행을 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과의 취향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통감한 하루. 

여행을 자주 하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패키지 투어'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된다.
실제로 파리를 몇 번이고 왔음에도 이러한 패키지에 눈을 돌리지 않은 것은
단 한 번도 그러한 패키지가 내 여행의 취향과 맞으리라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1년도 되지 않은 시간만에 다시 찾은 프랑스이기도 했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동행들과 함께 파리 근교 투어 패키지를 예약했다.
 1.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홍보하는 업체 
 2. 전문 투어 가이드는 아니다. 가이드하는 친구들은 프랑스 어학연수중인 학생들
 3. 전문가 DSLR이라는 장비로 인증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는 업체
로 요약되는 업체를 통해 투어 패키지를 신청해뒀다.

대다수의 투어 패키지 = Pic & Run 의 구조로 운영되고 있고, 이것이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에게 어필이 되는지는 예상했다. 얼마 만에 나오는 해외여행이고, 다시는 올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랜드마크'를 다녀왔는지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여행 그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 그들의 SNS 만 힐끗 봐도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파리 - 에트르타 - 옹포 레흐 - 몽생미셸 - 파리는 대략 1000Km에 이르는 거리다.
서울 부산 여행을 차량으로 왕복으로 다녀오는데 당일치기 코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이러한 거리를 당일치기로 잡는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말이 되지를 않는데, 참....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의미는 없다고 봐야지라고 생각하며 7일차 파리 근교 여행기 시작.

어제 늦게 파리에 도착한뒤 짐을 풀 시간도 없이 새벽같이 (말로만) 근교투어를 떠난다.

#1. 꿈에 그리던 에트르타

이런 풍경을 기대하고는 에트르타를 찾았다. 니스에서부터 저녁 늦게 도착해, 새벽같이 일어나 200여 Km를 비좁은 승합차 맨 앞 좌석에 앉아서... 최악의 컨디션으로 찾은 최악의 날씨의 에테르 타는 역시나 위의 풍경 같은 날씨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2. 현실의 에트르타

현실은 위와 같은 #2. 와 같은 날씨, 앞서 서두에서도 짜증을 내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에트르타의 날씨는 연중 70% 이상은 이런 날씨라고는 하지만, 애초에 예약된 투어패키지가 아니었다면, 무리하게 이러한 날씨에 일정을 진행할 필요도 없었다. 애초부터 마음이 틀어진 패키지여행 이어서인지 아니면 날씨 탓인지 몰라도 여행은 최악으로 시작했다. 

예술가들이 노년에 마음을 정리하며 작업을 이어나간곳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날씨라면, 그런 예술가들의 수명을 단축시키지는 않았을까?


#3. 아직 여행자라고 말하기엔 나는 멀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이 비를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여행자'라고 하는 이들에게 실제로 날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비가오는 에트르타 라고 쓰고 나니 꽤나 로맨틱해보이긴 한다. 다음에 또 들러 '맑은 에트르타' 를 보면 될테니까. 하지만 사진을 찍는 내 입장에서는 꽤나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날씨라는 변수는.


#4. 여간해서는 흑백으로 변환하는 일따위는 하지 않지만, 그날은 그랬다.

에트르타는 실제로는 노르망디 해안의 바다나 코끼리바위보다는 그 마을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했다.흔히들 말하는 랜드마크인 코끼리바위는 전혀 와 닿지 않았고, 언덕 위의 예배당 역시 크게 감흥을 주지는 못 했다.오히려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을에는 조금 관심이 가곤 했다. 하지만 '패키지 투어'에서의 일정에 '마을 일정' 은 없었다.

#5. 에트르타 마을


그리고 궂은 날씨로 인해 가뜩이나 짧았던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조금 더 일정을 서두르게 되었다. 다시  200여 km 떨어진 옹플뢰르 이동한다. 가는 길에 빗줄기는 더 거세지게 되었고, 일정은 조금씩 지연되었다. 지금까지 이동거리만도 대략 400km.



#6. Hotel de VILLE

비는 훨씬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일정은 예상보다 1시간가량이나 지연되었다. 역시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몽생미셸 투어이기에, 이곳 옹플뢰르 일정은 식사시간을 포함해 1시간 30분가량이 주어졌다. 이번 투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지만,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안타까웠다.

#7. 날씨가 좋지 않으면 제아무리....


옹플뢰르 조그마한 항구도시이자 관광도시였다. 
부두 주위에는 PUB과 레스토랑들이 가득했고, 날씨가 흐려서인지 많은 배들이 정박해있었다.
식사는 돌아다니면서 해결하기로 생각하고,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10여 명의 투어 사람들의 주문이 들어간다면 관광 시간 내에 점심만 먹다 끝날 거라는 생각에...)

#8. ENTRE

부두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니 좋아하는 골목길들이 펼쳐졌다. 아비뇽, 아를에서의 골목길과는 또 다른 훨씬 좁은 골목길들이 가득했다. 로컬인들이 어깨를 스쳐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들


#9. PASSAGE


#10. 아기자기했던 카페 ?

점심을 먹었던 곳, 식사라기엔 간단한 음식들을 판매하는데, Soup 과 빵을 몇 조각 먹었다. 무엇보다도 가게 분위기가 깔끔하니 좋았고, 음식 맛도 상당히 괜찮았다. 나가기 전에 팁 하나를 던져주셨는데, 이곳은 캐러멜이 굉장히 유명하다고, 그리고 맛을 보라며 하나를 줬는데! 진리의 맛.


#11. 조그만 가게들

다시금 지긋지긋한 프랑스를 방문하다면, 이곳 옹플뢰르 하루 이틀은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린내 가득한 파리의 골목보다, 한없이 비싸기만 한 파리의 물가보다, 이곳 옹플뢰르 내 여행에 훨씬 어울린다


#12. 취향저격

1시간 30분 동안 빗 길을 뚫고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옹플뢰르 를 담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13. 성 까뜨린느 성당

집결지인 성까뜨린느 성당, 프랑스에서도 몇 안 되는 목조 성당인데, 떡갈나무로 지어진 성당은 겉에서 보면 창고와 같았다.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건축한 성당이라고 한다.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여느 성당과는 다른 아늑함이 있다. 목재 특유의 느낌과 마을 회관 같은 느낌 때문일까?

아쉽기만 한 옹플뢰르 뒤로하고 이제는 몽생미셸로 향한다. 
다행히도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두어 시간을 달리면 도착한다고 한다.


#14. 몽생미셸

멀리 보이기 시작한 몽생미셸, 아쉬운 점은 물이 빠져나간 간조라 사진을 담기엔 20% 아쉬운 상황
몽생미셸 내부의 사진도 몇 장 담기는 했지만 워낙에 빠르게 쫓기듯 돌아다녀서 사진 다운 사진을 담을 수 없었다. 입장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만 했고, 퇴장 시간에 쫓기듯 정해진 루트로만 돌아다녔다.


#15. 그 할아버지

몽생미셸에서 마주친 할아버지, 몇 해 전 사용했던 Hasselblad 903 SWC 와 T3 틀고는 이리저리 사진을 담고 다니셨다. 눈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정말 웬만한 화각으로는 담지도 못할 내부를 저 카메라로 담았을 생각을 하니 부러웠다.


#16. 몽생미셸

다시 한번 다짐을 했던 풍경, 날씨 탓을 이제는 그만하고 싶지만, 정말 날씨가 좋았다면, 그리고 물이 들어오는 만조였다면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리도 다시 밖으로 옮겨 패키지 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야경을 담는 시간

#17. 유럽 뚝방길
#18. 몽생미셸

그렇게 기를 쓰고 달려왔지만, 몽생미셸 내부 투어를 하고 저녁을 먹고 나니 30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 남았다. 거기다 다들 셀프타임, 그리고 '전문가 카메라 인증샷 타임' 으로 인해 20여분 까지 사라지고 나니... 심지어 저녁을 먹었던 레스토랑은 꽤나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이번 유럽 여행 가운데 WORST 2순위에 등극. 여러모로 최악의 투어패키지는 마무리 되었다.


#19. Bye Mont Saint-Michelle

그렇게 실망으로 가득했던 몽생미셸 투어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오는 길,  불편한 자리 때문이었는지, 다음날 점심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게 되었다. 잔뜩 불편한 마음을 안고.


대단히 투정을 부린 여행기이지만, 요약하자면,
결론은 투어 패키지로 다녀오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두번 말하고 싶다.

(근교라고 하지만 절대 근교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지도를 보고 판단하세요.업체들이 난립해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날씨보고 2-3일전 예약해도 괜찮습니다. 한국에서 예약하고 가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주세요)
물론  최대한 유명한 장소를 돌며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 특유의 관광객 모드때문에 들리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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