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권여선 음식 산문집> - by 권여선
“모든 음식의 맛 속에는 사람과 기억이 숨어 있다. 맛 속에 숨은 첫 사람은 어머니이고, 기억의 첫 단추는 유년이다. 내 기억 속 꼬막의 맛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준 새꼬막조림에서 왔다”
(p.191. 솔푸드 꼬막조림)
“각자의 혀에는 각자가 먹고 살아온 이력이 담겨있다. 그래서 혀의 개성은 절대적이며, 그 개성은 평균적으로 봉합되지 않는다”(p.151. 급식의 온도)
“나는 밥 한 숟가락에 조린 무 한 점을 얹고 그 위에 갈치를 얹는다. 햅쌀밥과 가을무와 갈치 속살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삼단 조각케이크를 나는 한입에 넣는다. 따로 먹는 것과 같이 먹는 건 전혀 다른 맛이다. 정말 이렇게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밥과 무와 갈치가 어울려 내는 이 끝없이 달고 달고 다디단 가을의 무지개를. 마지막으로 게다리를 넣어 구수한 단맛이 도는 무된장국을 한술 떠먹는다. 그러면 내 혀는 단풍잎처럼 겸허한 행복으로 물든다.”(p.168. 가을무 삼단케이크)
“나는 사람들을 가장 소박한 기쁨으로 결합시키는 요소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놓고 둘러앉았을 때의 잔잔한 흥분과 쾌감, 서로 먹기를 권하는 몸짓을 할 때의 활기찬 연대감, 음식을 맛보고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의 무한한 희열. 나는 그보다 아름다운 광경과 그보다 따뜻한 공감은 상상할 수 없다." (p.190. 솔푸드 꼬막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