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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9. 2022
B2B 마케터가 왜 필요해?
B2B 기업에서 마케터를 뽑으면 생기는 일
누군가에겐 아이돌 B2B가 떠오르고, 누군가에겐 air bnb보다 낯선 단어겠지만 내 직업은 B2B 마케터. B2B는 Business to Business,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비즈니스라는 뜻이다.
'MS office 기업용 라이선스' 같은 것이 B2B 제품의 예. 다만 MS office는 학생도 쓰고 프리랜서도 쓰지만, 많은 B2B 제품은 기업 규모에서만, 또는 기업 내 특정 영역에서만 쓰는 특수한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에 왜 마케팅팀이 필요해?
라고 2년 전 우리 회사 사람들이 입 모아 말했다고 한다. 우리 회사 역사 상 처음으로 마케팅팀 팀장을 뽑던 때였다. 나는 그 팀장이 팀을 셋업하기 위해 뽑은 1호 팀원이다. 하지만 사내에 B2B 마케팅 무용론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서운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B2B 기업에서 판매는 영업 담당자가 수행한다. B2B 제품은 주로 '제안서'라는 콘텐츠를 통해 판매되고, 제안서는 컨설턴트들이 고객의 니즈에 우리 상품이 왜 솔루션이 되고,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에 대한 컨설팅을 담아 작성한다.
판매를 위한 활동은 이미 이렇게 이뤄지고 있고, 이런 활동을 토대로 십여 년을 잘 성장해왔는데 어떤 활동이 부족하기에 마케팅팀이란 조직과 인력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을 것이다.
갤럭시 유저를 아이폰 유저로 바꿀 수 있는 확률에 대하여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넘어가 본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단순히 기계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보안과 결제까지 모든 것이 결집되어 있는 시스템을 바꾸는 일임을. 핸드폰 그 자체가 일상생활을 위한 생태계였음을.
개인이 핸드폰을 바꿔도 귀찮고 당혹스러움이 한동안 이어지는데, 기업에서 쓰는 시스템이 교체되었을 때 발생하는 불편과 리스크는 말할 것도 없다. 우선 사용자 수부터가 많지 않은가. 기존보다 훨씬 나아졌다 해도 말이 나오고 얼마 간은 적응을 위한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래서 기업에 들어간 시스템은 어지간해선 바꾸기 어렵다.
무엇보다 B2B 마케팅은 구매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구매자의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 돈을 가져온다는 건데, 회사 계좌의 문은 여러 명의 결재를 통과해야 열린다.
참고로 내가 10년 동안 회사를 다니며 회사 돈을 한 번에 가장 많이 써 본 게 2천만 원이었는데, 이 결재를 받기 위해 3단계의 승인과 3단계의 합의를 거쳐 총 6명의 싸인을 받았었다.
이러니 B2B 구매자는 극도로 신중하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통은 동종 업계에서 많이 쓰고 있거나 검증된 제품을 쓰려고 하는 것. 하여 B2B 마케팅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B2B 마케팅은 인바운드 싸움이다
인바운드의 반대는 아웃바운드. 아웃바운드란 (B2B 기업 기준으로) 비즈니스를 위해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 고객을 찾아간다는 의미다. 인바운드란 고객이 B2B 기업 안으로 찾아온다는 의미.
신중하고 보수적인 B2B 구매자가 먼저 우리 제품에 관심을 갖고 찾아왔다면 대다수가 우리 제품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단계라 볼 수 있다.
고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아 놓고(SEO), 고객이 찾아왔을 때 머물 라운지를 잘 꾸며 놓고(홈페이지), 고객이 우리 라운지에 잠깐 앉아만 있어도 신뢰할 수 있도록(콘텐츠) 하는 것. 때로는 고객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우리를 알리는 것(오프라인 전시회). 우리 회사의 1호 마케팅 팀원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한 마케팅 팀원인 나는 이 모든 것을 재밌게 하고 있다.
저것 중 어느 하나의 영향으로 우리 회사의 제품을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저 모든 것이 징검다리처럼 고객이 우리 회사로 걸어오는 길을 한 단계 한 단계 인도해준다 믿고 있고, 정신승리라 치부할 수 있는 이 믿음이 현실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이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마케터가 브런치 시장에 뛰어들 때 경쟁 콘텐츠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지사(경쟁이라 썼지만 경쟁심은 없답니다. 모두 다 공감 가고 재밌고 유익한 이야기와 고민들... 조용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같은 B2B 마케터라도 제품과 고객에 따라 업무의 결과 고민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제 글을 읽어주실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저의 배경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우리의 시장은 글로벌보단 국내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 중견기업
우리 제품은 IT 기반 솔루션인데 구독형 아니고 설치형
우리 제품의 가격은 5억~10억
우리의 고객은 IT 기반 산업이 아닌 1, 2차 산업에 속하는 기업
그리고 나는 마케팅, 브랜딩, 홍보 등 그 언저리는 다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