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터의 소프트랜딩을 위한 뉴스 클리핑
'우리 회사에 왜 마케터가 필요해?'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 B2B 마케터가 처음 풀어야 할 과제다. 그래서 내가 입사 후 제일 먼저 한 것이 업계 뉴스를 클리핑해 우리 회사 모든 임직원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메일로 보내는 것.
검색만 하면 다 볼 수 있는 정보의 모음이기도 한 뉴스레터가 흥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내게 필요한 정보만 골라 늦지 않게 챙겨 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용하고 반가운 일이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뉴스 클리핑을 볼까?
라는 걱정을 사실 했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내가 경험한 평균 오픈율은 60~75%, 평균 클릭률은 10~25%이다. 사내 임직원에게 보내는 것이니 어쩔 수 열어만 보는 분도 계실 것 같아 오픈보다 클릭에 신경 쓰고 있다.
다행히 뉴스레터 평균 수준보다 높고, 끈끈한 팬덤이 특징인 인기 뉴스레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편.
특히 C레벨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셨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뉴스 클리핑은 받아본 적이 없는데 많이 기대된다', '좋은 정보 감사하다' 등의 답장이 돌아왔다. 역시 할까 말까 싶을 때는 '한다'가 답이다.
뉴스 클리핑 희망 편
《 모월 모일 자 뉴스 클리핑 》 이라고 메일 제목을 적어도 되겠지만, 마케터라는 종족의 특성이 발현되어 사명에서 따온 'OO레터'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메일을 열어 보고 싶도록 제목에 내용 미리보기도 넣어 타이틀 포맷을 잡았다.
《 OO레터ㅣA 고객사 사례 관련 뉴스 등 》 이라는 타이틀로 사내 메일링을 시작했다. 그동안 없던 깜찍함 때문인지 반응이 좋았다.
사내 뉴스레터 역할도 해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뉴스 클리핑과 함께 지금 진행 중이거나 최근에 마친 프로젝트에 대한 인터뷰, 회사의 크고 작은 소식도 덧붙이는 방향으로 확대했다.
창립기념일 기념 뉴스 클리핑 레터 특별판 회사 동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뉴스 클리핑 메일이니 창립기념일을 맞아 좀 더 잔재주를 부려봤다.
IT 솔루션을 개발하는 우리 회사는 직원 대부분이 개발자다. 그들이 매일 쓰고 하루 종일 들여다보는 개발 도구 eclipse의 화면과 개발 명령어를 활용해 레터를 꾸몄다. 늘 수고하시는 동료들에게 잠시나마 재미를 주기 바라며.
이 날의 레터는 내가 뉴스 클리핑 메일을 보낸 이후 최고의 오픈율과 클릭률을 기록했다.
뉴스 클리핑이 회사에 필요한 이유
회의에서 뉴스 클리핑의 내용이 언급될 때 뿌듯하다. 직원들의 관심, 만족도 같은 것은 당연히 좋고 에너지가 되지만 직장인이다 보니 나의 업무가 회사 입장에서 쓸모가 있는지 늘 신경 쓰인다.
많은 회사가 그렇듯 우리 회사도 월요일 아침에 팀장급 이상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뉴스 클리핑 메일은 월요일 회의 시작 한 시간 전에 맞춰 보낸다.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또는 한 주를 시작하면서 훑어볼 수 있도록 의도했다.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뉴스만의 장점이라면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는 팩트라는 점이다. 뉴스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연예, 정치, 주식 이외의 영역은 그간 경험에 비추면 오보나 소위 '카더라'가 거의 없다.
회의란 많은 정보가 모이고 결정이 이뤄지는 자리. '오늘 뉴스 클리핑 메일에 있던 그 내용'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논의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실행 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
뉴스 클리핑이란 작은 날갯짓이 태풍이 될는지 아닐는지 아직은 모르지만, '팩트 기반으로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문화를 만드는 날갯짓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