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6두품의 소속은 어디인가요?
직장인은 회사라는 조직의 부속품이라서,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본사에서 일하지만, 본사의 직장인도 아닌 계열사 직장인들은 대체 어떤 말을 따라야 할지, 우리에게 과연 선택권이란 것이 주어지게 되는지 심각하게 의문이 든다. 같이 일하지만 소리 내지 않으면 철저히 묻히는 존재, 우리는 그저 '유령'으로 취급받고 있다. 대체 왜 계열사 직원들은 본사에서 본사 직원들과 같이 일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경영진이 바뀌기 이전인 4년 전부터, 나는 계열사에서 본부 구성원 산하의 학습능력을 더 발전시키는 전략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다. 구성원들은 리더를 빼고 모두가 계열사 직원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제삼자가 보면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겠는데, 1) 왜 계열사 직원이 본부 구성원 업무를 담당하는지, 2) 사실상 이 일은 본부 업무이지 계열사 업무가 아닌데 왜 계열사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3) 계열사 직원의 결과물이 본부 구성원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클 텐데 저래도 되는지 등 괴이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타 회사에서 유사한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가 본부 직원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정말 아무 상관없는 계열사가 본부 업무를 맡았다는데 상당히 이상하고 신기하게 생각을 하였다. 그러고 나서 열이면 열 모두 "왜 그 회사는 이 업무를 계열사에서 하나요? 통제가 되나요?"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항상 "저희는 이 정책을 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래서 계열사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했다(내가 "아 몰라요.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죠"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회사 경영진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신규 경영진은 해당 업무를 (타 회사와 마찬가지로) 계열사가 아닌 본부 부서에서 진행하겠다고 공약까지 내 걸었었다. 나는 이 일이 좋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나는 해당 업무에서 벗어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TFT가 가져온 결론은 너무나 당황스러운 수준이었다.
6두품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본사 직원으로 가는 것인가? 하지만 이 인사정책은 회사 특성상 절대로 실행할 수 없는데 대체 어떻게 진행하는 것인가? 근본적으로, 이 업무를 왜 계열사 직원들이 쭉 해야 하는가? 계열사에 있었을 때야 논리적으로 맞지만 이제는 본사로 완전히 업무가 넘어가지 않는가? 그런데 왜, 어째서, 6두품들을 행정적으로 무리하게 이동시켜서라도 이 업무를 6두품들이 해야 하는가?
알아본 결과, 본부 직원들, 그리고 해당 업무를 맡게 될 부서에서 본인들은 이 업무를 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해당 업무는 지난 4년간 계열사에서 꾸준히 진행했기 때문에 본인들은 해당 업무의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그래서 이 일을 받을 수 없다고 TFT와 싸웠다. TFT에서는 상당히 난감해했고, 결국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해당 업무를 하는 계열사 직원, 6두품들을 본사로 그대로 데려온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을 받을 수 없다고 싸우기까지 한 그들의 기개가 놀라웠다.
그렇다면, 6두품들의 신분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결국 본사에 파견을 나가는 계열사 직원이기 때문에 파견직으로 발령을 내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 분위기 상, 파견직으로 내 보내는 것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렇다면 대체 6두품들은, 우리는, 나는 어떻게 인사결정이 나게 되는 것인가?
TFT는 본사 인사팀, 계열사 인사팀과 상당한 논의를 거쳐서 정말 기묘한 방법을 생각했다. 1) 본사에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신설조직을 만들고, 본부 소속 부장을 리더로, 과장을 부리더로 해당 조직으로 임명한다. 2) 계열사에 본사 신설조직과 같은 이름의 조직을 만들고 6두품 직원들을 해당 조직에 임명한다. 3) 본사 신설조직 부장과 과장을 계열사 신설조직에 추가발령해서 계열사 결재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인사발령을 진행하면, 대외적으로 볼 때 한 조직에서 일하는 것과 같이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었다(물론, 말이 안 되고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이 과정은 현실이었다).
일련의 이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부서를 옮기는, 그리고 아예 본사로 들어가야 하는 6두품들의 의견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체 우리는 무엇이길래 의견조차 묻지 않았을까? 본사처럼 싸우기라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는데 대체 6두품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6두품의 정체는 무엇인가? 유령인 것인가? 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일종의 회피와 꼼수로 조직 개설과 인사발령이 진행되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인가?
소속은 계열사지만, 본사 건물에서 본사 업무를 진행하는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