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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샘 Oct 09. 2023

영화(드라마) 감상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Chapter16. 영화(드라마) 감상


"Tomorrow is another day."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 스칼렛 오하라의 대사-

 처음 영화가 탄생한 것이 1895년이라고 하니 벌써 13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 긴 시간 참으로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개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1950년대 TV가 보급되며 제작되기 시작한 드라마도 영화보다 더 가깝고 친근하게 우리네 삶을 응원해 주는 오락거리가 되었다. 이 두 종류의 오락거리가 우리들의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오락거리인지는 투입되는 비용을 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할리우드 영화는 수천억을 들여 제작하고 요즈음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들의 제작비도 수백억을 얘기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 정도 비용을 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아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정도까지 적었을 때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이야기의 진행 방향을 얼추 아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수천억, 수백억의 오락거리는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입장에서는 이거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이 먹을 수 없는 떡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데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소리로 보는 것이다. 일단 그동안 봐왔던 것들도 있고, 인간은 상상력의 동물이고 하다 보니 소리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도 제법 괜찮다. 가끔은 의도해서 작동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나의 머리에서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들을 이미지화시켜준다. 그리고 나만의 연출로 감상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감상을 하면서 딱히 '이미지화시켜야지!' 하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그리 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뇌'는 참 대단한 것 같다.      


 나의 뇌를 칭찬하며 감상을 하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외국 영화를 못 본 다는 것이다. 아! 물론 이것은 영어에 한계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만 적용된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자막이 없어도 되는 사람의 경우에는 눈에 뵈는 것이 없어도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테지... 부럽다... 여하튼 그렇다 보니 예전에 '주말의 명화'가 사라질 때 아쉬움을 표했던 시각장애인 단체의 글을 봤던 기억이 있다. 주말의 명화는 더빙을 해서 외국 영화라도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생활 지원을 위해서는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사실 요즘 주말의 명화를 보는 사람이... 여기까지만 말해야겠다. 그런 이유로 나도 근래 들어서는 할리우드 영화 보기를 포기하고 한국 영화만 감상 중이기는 한데 최근에는 영어 공부에 힘을 기울여 자막 없이 영화 보기에 도전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덕분에 자기계발도 되고 좋은 것 같기도... 하하하     


 그런데 대사를 알아듣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라는 것이 영상의 미학이다 보니 대사 없이 배우들의 연기나 촬영만으로 표현하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연합회'등의 주도로 화면 해설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 화면 해설 영화란 그 이름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듯이 대사 없이 처리되는 부분이나 대사가 있더라도 배우들의 행동을 시청자에게 알려줘야 할 때 성우의 목소리로 해설을 해주는 것이다. 들어보게 되면 처음에는 배우 이외의 목소리가 끼여있어 조금 불편하지만 적응이 되고 난 후에는 왠지 해설이 없으면 좀 심심한 느낌이 든다.      


 나는 시각장애인 협회 등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 화면해설이란 쉽지 않은 작업을 진일보 시켜준 영상 컨텐츠 앱이 있으니 바로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를 보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핸드폰의 음성 지원 기능인 '토크백'기능을 켜고 넷플릭스를 사용하다가 깜짝 놀랐다. 예상치 못하게 막 누가 튀어나와서 '뭐라뭐라' 얘기를 하는 것이다. 깜짝 놀라서 자세히 들어보니 화면을 해설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나름의 충격이 있었다. 화면해설 영상으로 따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의 경우에는 아마 필수적으로 화면해설을 삽입하여 제작하는 옵션이 있는 것 같았다. 몇몇 드라마들을 틀어보니까 '오징어 게임', '더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이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지원한 드라마들의 경우에는 화면해설이 삽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국내 방송국 등에서 제작을 주도한 작품들은 따로 화면해설이 들어가 있지 않은 듯 했다.(여러 개를 시험해 보긴 했지만 내가 모든 드라마를 틀어본 것은 아니다 보니 단언을 할 수는 없어 여지를 남겨둔다.)     


 사실 드라마의 경우에는 화면해설이 없던 시절에도 영화보다 이해가 쉬운 측면이 있었다. 아무래도 영상에 신경을 더 기울이는 쪽은 영화이고 드라마는 대사가 많은 장르이다 보니 눈이 아닌 귀로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이해가 쉬웠던 것이다. 그런데 화면해설까지 덧붙여지니 속이 다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아무리 상상을 해도 상상으로 해결이 안 나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화면 한 장면 보면 다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화면을 보지 못 해 종반부까지 이해 못 한 체 있다고 생각해 보라! 화병으로 앓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화면 해설이 들어간 드라마를 보니 그런 면이 해결되어 속이 다 시원했다.      


 갑작스런 이야기지만 이번 챕터의 인용 문구로 사용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사는 국내에서 번역될 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는 명대사로 번역되어졌다. 나의 기대도 그러하다. 화면해설 영화라는 어려운 작업들도 진행되고, 드라마의 화면해설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발전하였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더 큰 것을 기대해 본다. 뇌 속으로 직접 전파를 보내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 같은 것 말이다. 하하하. 이런 것이 너무 어렵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영상물 제작 시에는 반드시 화면해설과 수어 번역 등을 포함하도록 하는 관련 규정 같은 것이라도...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를 양산해 내는 그런 내일을  나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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