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序

by 이길용

여기 묶인 글은 내 삶의 분신이다. ‘詩’라 이름 붙이기 부끄럽지만, 오래도록 내 속을 살아낸 것들이기에 용기 내어 그렇게 불러본다.


이처럼 부족한 내 감정의 토사물을 시라고 세상에 내어놓는 것은, 내가 이전보다 더 여유롭게 뻔뻔해졌기 때문이리라. 때론 그 뻔뻔함을 ‘용기’라 억지 부리기도 한다. 그렇게 나 역시 남의 소리에 둔감한 순해진 귀를 갖게 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이번 내 용기의 태반은 어머니의 소천 때문이다. 어머니가 남긴 빈자리, 몇 편의 글로 메우다 더 큰 용기를 내어 가신 길에 보내는 아들의 소박한 헌정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자의적 판단이 이 시 모음의 시작이었다.


예 묶인 글들은 10대부터 최근까지 50년의 세월 동안 곰삭은 것들이다. 나는 이 글들을 통해 내 삶을 짚어가지만, 독자들도 그러할 지 궁금하고 두려운 호기심으로 내 시어를 공유한다.


亡羊齋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