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과 환경 이슈

by 이길용


인공지능 산업 뒤에 숨어있는 정말 중요한 이슈는 환경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 인공지능 산업은 막대한 규모로 지구의 자원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테슬라의 황제 일론 머스크는 환경 이슈가 나올 때마다 테라포밍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게 레토릭만이 아닌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페이스-X를 세우고, 발사했다 되돌아오는 우주로켓까지 만드는 등 화성으로 이주하기 위한 일정표와 비용까지 제시하는 등 그의 주장이 헛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분히 객관적으로 테라포밍을 따져보면 사실 이는 우리의 공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구의 생명체이고, 이 땅과 환경에 동화되어 있는 한 몸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1g(중력 가속도)의 환경에 완벽히 적응된 인간의 신체는 테라포밍에 드는 시간과 환경의 변화를 감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도록 합시다. 지금도 상공 수십km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생각해 봅시다. 지금까지 가장 긴 우주 생활을 한 이는 1994년부터 1995년까지 437일간 체류 기록을 세운 러시아의 의사 출신 우주비행사 폴랴코프입니다. 그는 지구로 귀환한 이후에도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80세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폴랴코프는 지구로 돌아와서 이전과 동일한 몸으로 살았는가? 그건 아닙니다. 장기간 우주에 머물게 되면 우리 신체에 적잖은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주비행사들은 대략 초속 7.9km의 속도로 자유낙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들 우주정거장이나 셔틀 안에서는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중력이라고 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설명에 따르면, 거대한 물질 때문에 생긴 시공간의 곡률입니다. 그래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곡률을 따라 계속 낙하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던 일정한 속도 때문에 지구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지 않고 일정한 홈(우리는 이를 궤도라고 하지요)을 따라 반복해서 회전운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그 안의 우주인들은 이 엄청난 속도의 자유낙하 에너지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셈입니다. 쉽게 말해, 우주 정거장에서의 생활은 추락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과 거의 같습니다. 다만, 바닥을 만나지 않는 것만 빼고요.


그러니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깁니다. 우선 ‘유체 전이(Fluid Shift)’ 현상이 생깁니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모든 액체가 아래를 향하지만 자유낙하 상태인 우주선 안에서는 혈액과 체액이 아래가 아닌 몸 전체에 고루고루 펼쳐지거나, 아래보다는 위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 많게 됩니다. 그러면 점차 다리는 가늘어져 새다리 증후군이 생기고, 얼굴은 피가 쏠려 달덩이처럼 변하게 됩니다. 뇌와 안구 쪽에는 혈액이 쏠려 점차 시력이 쇠퇴하기에 이르고, 이를 SANS(우주비행 관련 신경안과 증후군) 현상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중력과 씨름하지를 않으니 골격과 근육이 쇠퇴하게 됩니다. 지구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지구가 만든 곡률과 싸우고 다투느라 힘을 쓰고 근육을 활용하게 되어 현상 유지가 가능한데, 그냥 어마무시한 속도로 떨어지는 우주선 안에서는 근육 쓸 일이 없다 보니 그렇습니다. 연구 결과 우주선 내의 비행사들은 한 달에 대략 1~1.5% 정도의 골밀도 감소가 생기는데 이는 지구의 노인이 1년 동안에 겪는 손실량에 해당합니다. 거기에 평형감각을 유지케 하는 전정기관이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시각과 신경계가 파악하는 정보가 불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시각은 우주선 안에도 앞뒤 좌우가 분간되는 것처럼 보이나, 우리 몸은 이미 초속 7.8km로 떨어지고 있기에 보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에 불일치가 일어나 한동안 우주인들은 구토와 어지럼증을 일상으로 달고 살아야 합니다. 거기에 면역계에도 영향이 생겨 노화가 가속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달리던 이들이 다시 지구에 돌아와도 곧바로 예전의 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정도의 적응기를 거쳐야 합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맛보게 될 1g에 달하는 지구 중력의 힘이 이들이 쉽게 지치고 피곤하게 만듭니다. 아무튼 과학자와 의사들의 세심한 돌봄으로 다시 회복해서 지구환경에 적응했다 하더라도 100% 완벽하게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우주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우주비행사의 DNA와 신경계의 변화 역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길게 적었지만, 결국 우리는 우주친화적 신체를 지니지 못했습니다. 결국 우리 인간도 지구인이고, 지구에 맞게 동화되었고, 지구를 떠나서는 살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엄청난 기한이 필요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테라포밍은 공상과학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 실제로 구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장거리 우주여행 시 동면을 하고 어쩌고 저쩌고 상상력을 발휘하지만, 현 인류의 몸은 지구 스케일에 맞춰져 있기에 행성 간 이주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이주를 위한 여행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완주할 확률이 거의 제로에 수렴합니다.


생각이 이 정도에 이르자, 떠오르는 주제가 ‘환경’입니다. 우주가 아무리 넓고 크다 하더라도 인간적 스케일에서 지구는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입니다. 이곳을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우리의 지구를 제대로 잘 보존하고 지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인공지능 산업도 다시 보게 됩니다. 아직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도 않은 인공지능 산업이 보이는 환경오염적 요소의 규모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거칠게나마 예시를 들어보자면, 엔비디아의 H100 같은 고성능 GPU가 집약된 AI 데이터 센터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선 건립비용은 10억에서 20억 달러를 오갑니다. 한화로 1조에서 2조가 넘어가는 천문학적 금액입니다. 이들이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도 약 50,000 ~ 100,000 제곱미터로 축구장 7개에서 14개 정도가 들어가는 크기입니다. 대략 이 센터는 시간당 100MW ~ 500MW의 전력을 사용하며 연간으로 따지면, 876 GWh로 우리나라로 치면, 대략 20만에서 25만에 이르는 가구가 1년 동안 쓰는 전력량입니다. 또한 센터 내 GPU들이 연산할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사용되는 냉각수의 양도 장난이 아닙니다. 센터 당 일일 소비량이 약 100만 ~ 500만 리터이고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3억 6천만~18억 리터 정도가 매년 소비됩니다. 이 엄청난 환경 파괴적 에너지 소비 괴물이 지금 우리가 지브리 그림 그려달라 요청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물리적 실체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지구 환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많은 대안과 대책을 내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설 미래의 일입니다. 당장 지금은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지구 환경에 부담을 주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 산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지루하게 묘사했지만, 인류에게 지구는 사실상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테라포밍 된 화성이나 아주 먼 또 다른 행성은 환상이요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엄청난 환경자원을 잠식하는 이 기술에 적절한 제동이나 법적 안전장치는 필수적이지 않을까요? 물론 EU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에게 환경보호적 제동을 거는 다양한 장치를 부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지구적 문제이고, 인류의 문제이기에 더 치밀하고 보다 넓게 인공지능과 더불어 환경 이슈가 제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환경 운송도구라 포장했지만, 배터리 생산과 폐기, 그리고 충전을 위한 과정에서 내연기관보다 더한 환경오염과 파괴를 가져오는 전기 자동차 산업처럼 인공지능 산업 역시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도 폭주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