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B는 없다: 환경은 윤리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다

by 이길용


요즘 현대 과학과 인공지능을 비롯한 여러 논의를 살피다 보니, 결국 모든 것이 한 주제로 수렴되는 걸 느낍니다. 그건 바로 ‘환경’입니다. 전에는 이러한 환경 이슈를 그저 흔한 윤리적인 당위적 어젠다의 하나로만 생각했는데, 우주와 의식, 그리고 생명의 비밀스러운 부분에 접근하면 할수록 지구는 꼭 인류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유일한 생존 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우리에게 플랜 B는 없습니다. 그저 유일한 지구 밖에요!

비록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세계관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은 ‘인간의 스케일’에서 지구 외에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우선 플랜 B를 수행하기 위해서 인간은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공간 장벽을 이겨내야 합니다. 천문학적 관찰을 통해 알아낸 그나마 우리와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프록시마 b’만 해도 빛의 속도로 4.2년 이상을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인류의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거리입니다. 우주의 스케일로는 바로 코 닿을 곳인데도 인류의 스케일로는 거의 범접하기 어려운 거리입니다. 꾸역꾸역 한번 그곳까지 가보겠다고 시도를 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기술로는 수만 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사용할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했다는 전제에서 말이죠.


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화성 테라포밍은 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행성 개조를 위해 인류는 어느 정도의 자원과 재원을 쏟아부어야 할까요? 그리고 그건 도대체 몇 년 정도 걸려야 살만한 곳이 되나요? 수천 년? 수만 년? 차라리 테라포밍에 소요될 재원을 지구 보호를 위해 쓰는 게 훨씬 현명하고, 지혜롭고, 합리적이며 경제적일 겁니다.


또한 지구 생태계와 동화된 우리의 몸은 어떻고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이웃나라 음식을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지구와 분리될 수 없는 ‘신토불이적 공존관계’입니다. 지구의 중력, 대기압, 자기장, 미생물 생태계 등이 통합되어 구동되고 있는 것이 우리 몸이며, 우리 공동체입니다.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그것도 행성 단위의 변환은 존재를 바꾸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에겐 ‘선택’은 없다는 것이 더 분명해집니다. 앞으로 인류는 모든 화두를 ‘환경’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는 도덕·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와 생존의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우리의 고향이며, 생명의 터전입니다. 그 어떤 기술이나 정책도 제 집을 허물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