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유령 숫자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면?

유령 숫자 위에 만들어진 현대 문명

by 기타치는 사진가

문과생인 제가 가장 황당했던 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허수 i와 그가 머무는 집인 복소평면에 대한 이야기지요. 아마 학창 시절,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라는 정의를 듣고, "세상에 그런 수가 어디 있어?"라며 고개를 저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사과 두 개, 돈 1,000원은 눈에 보이지만,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는 우리의 직관을 완전히 벗어나니까요.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이 개념을 접할 때 느끼는 혼란과 거부감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수'가 사실은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허수의 역사는 인류가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끈질긴 노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6세기 이탈리아, 수학자들은 3차 방정식의 근을 찾는 공식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지롤라모 카르다노(Girolamo Cardano) 같은 수학자들은 공식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루트 안의 음수'라는 기괴한 형태를 마주하게 됩니다. 당시 수학적 상식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수'였기에, 카르다노는 이를 "쓸모없고 기이한" 수라 부르며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18세기에 이르러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가 이 수에 'imaginary'의 앞 글자를 딴 i라는 기호를 부여하며 수학의 정식 구성원으로 인정했고, 이후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가 이를 시각화하며 허수는 단순한 상상의 산물을 넘어 실제적인 '도구'로 거듭나게 됩니다.


우리가 허수를 어려워한 이유는 우리가 배운 숫자들이 모두 '선(Line)' 위에만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우스는 허수를 위해 수직선에 직교하는 새로운 '세로축'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복소평면(Complex Plan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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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축은 우리가 잘 아는 1, 2, -3 등의 실수로 이루어지고, 세로축 허수를 위한 자리, 즉 i, 2i, -i 등이 위치합니다. 이제 복소수 a + bi는 평면 위의 하나의 '좌표'가 됩니다. 여기서 놀라운 마법이 일어납니다. 어떤 수에 i를 곱한다는 것은 복소평면에서 '90도 회전'을 의미하게 된 것이죠. 예를 들어 1에 i를 곱하면 90도 회전하여 i가 되고, 거기에 다시 i를 곱하면 또 90도 회전하여 -1이 됩니다. 우리가 단순히 암기했던 i의 제곱은 -1이라는 수식이, 사실은 "두 번 90도씩 돌았더니 반대편에 도착했다"는 직관적인 움직임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이 '회전'의 개념 덕분에 우리는 매 순간 허수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첫째, 전력 시스템과 통신입니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교류(AC)'입니다. 전류의 방향과 세기가 주기적으로 변하죠. 이 흐름을 계산할 때 허수 i는 필수적입니다. 전류와 전압 사이의 '위상 차이'를 계산하는 데 허수의 회전 개념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허수가 없었다면 스마트폰의 무선 신호를 처리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둘째, MRI(자기 공명영상) 장치입니다. MRI는 몸속 수소 원자핵의 반응을 측정하여 영상으로 만듭니다. 이 반응 신호는 복잡한 파동 형태인데, 이 파동을 우리가 볼 수 있는 선명한 이미지로 변환하는 '푸리에 변환'이라는 수학적 과정에 허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허수 덕분에 의사들은 칼을 대지 않고도 우리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죠.


허수는 미래 기술의 핵심인 양자 컴퓨터에서 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만을 처리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의 '중첩' 상태를 이용합니다. 이 중첩 상태를 수학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 바로 복소수 공간입니다.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수조 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분자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암이나 치매를 정복할 혁신적인 신약 개발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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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허수 i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을 움직이는 실제적인 도구임을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전공자가 아닌 우리가 이 개념을 삶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저는 '차원 확장적 사고'를 제안합니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는 겁니다. 허수는 보이지 않지만 전류를 흐르게 하고 이미지를 만듭니다. 실생활의 갈등이나 문제에서도 표면적인 현상 뒤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원인'이 있음을 염두에 두십시오.


다음으로 새로운 축을 세워 보는 겁니다. 수직선에서 해결 안 되던 문제가 '허수축'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도입하자 해결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기존의 기준(실수축)이 아닌 전혀 다른 관점(허수축)을 세워보는 유연함을 발휘해 보시길 바랍니다.


허수는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입체적임을 알려주는 수학의 선물입니다. 이 '기묘한 수'와의 만남이 여러분의 세상을 보는 눈을 한 뼘 더 넓혀주었기를 바랍니다. 혹시 복소평면의 회전 개념이 여러분의 고민 해결에 어떤 영감을 주었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저 역시 문과생이지만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과의 세계를 훔쳐보고 싶습니다.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함께 이과생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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