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MRI, MRA는 뭐가 다를까?

뼈 보는 기계, 물 보는 기계, 혈관 보는 기계

by 기타치는 사진가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CT도 찍고 MRA라는 것도 찍었습니다. 둘 다 몸속을 보는 기계인 건 알겠는데 정확히 뭐가 다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거기에 MRI라는 것도 있죠. 세 기계 모두 칼을 대지 않고 몸속을 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원리는 완전히 다릅니다.


먼저 CT는 일반 엑스레이와 비슷한 원리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엑스레이는 한 방향에서만 X선을 쏩니다. 그래서 사진이 납작하게 나오고 앞뒤가 겹쳐 보입니다. 반면 CT는 X선 장치가 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수백, 수천 장을 찍습니다. 컴퓨터가 이 사진들을 합쳐 3D 이미지를 만들지요. 빵을 얇게 썰어서 단면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CT는 돌아가는 X선 카메라인 겁니다.


X선 사진을 보면 뼈만 잘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CT 역시 X선으로 찍는 것이기 때문에 뼈나 골절을 잘 드러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폐나 배 속의 장기, 출혈 등을 찍기도 합니다. 뇌나 인대, 연골 같은 부드러운 조직은 CT로는 찍을 수 없습니다.


CT의 장점은 MRI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 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X선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의 염려가 있습니다. 너무 자주 CT를 찍으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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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는 몸속 물 분자를 흔들어서 보는 장치입니다. 우리 몸의 60~70%는 물입니다. MRI는 이 물을 이용합니다. MRI 기계 안에는 강한 자기장이 있습니다. 이 안에 들어가면 몸속의 수소 원자가 자기장 방향으로 줄을 섭니다. 여기에 특정 전파를 쏘면 원자들이 에너지를 흡수하며 들뜨게 됩니다. 전파를 끊으면 원자들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서 신호를 내보닙니다. MRI는 이 신호를 받아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지요.


뼈, 근육, 지방은 각각 신호를 내는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 차이를 잡아내서 조직을 구별하여 이미지를 만듭니다.MRI로는 뇌, 척수, 연골, 인대, 근육, 종양 등 다양한 기관을 볼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20분에서 1시간까지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좁은 통 안에 들어가서 찍어야 하기 때문에 폐소공포증이 있으면 힘들 수 있습니다. 또한 강한 자기장이 작용하기 때문에 심장 박동기나 금속 이식물이 있으면 찍을 수 없습니다. CT와는 달리 방사선은 없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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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로 혈관만 골라 보는 장치가 MRA입니다. 원리는 MRI와 똑같지만 혈관에 흐르는 혈액을 강조해서 찍습니다. 혈액은 계속 흐르고 있죠. 멈춰 있는 조직과 달리, 흐르는 혈액은 MRI 신호에서 다른 패턴을 만들어 냅니다. MRA는 이 움직임 차이를 이용해 혈관만 골라서 찍는 겁니다. 때로는 혈관을 더 선명하게 보려고 조영제(혈관을 잘 보이게 하는 약)를 주사하기도 합니다.


결국 MRA는 혈관이 풍선처럼 부푼 상태(동맥류), 혈관이 좁아진 상태, 뇌졸중 위험 평가, 혈관 기형 등 혈관의 위험요소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입니다. 장단점은 MRI와 완전히 똑같지요. 같은 원리를 사용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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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같은 증상인데 어떤 날은 CT, 어떤 날은 MRI를 찍을까요? 의사가 기계를 고를 때는 두 가지를 봅니다. 우선 보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뼈 골절이 의심되면 CT, 뇌나 인대 같은 부드러운 조직이 걱정되면 MRI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시간도 장비를 고르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뇌출혈이나 외상처럼 급한 상황에서는 CT를 먼저 사용합니다. 몇 분이면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MRI는 시간이 걸리지만 더 정밀하게 볼 수 있습니다. 뇌 혈관이 걱정된다면 MRA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MRI + MRA 같이 찍겠습니다"라는 말은 뇌 조직과 혈관을 한 번에 본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검사 비용이 부담스러운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다 보면 "MRI를 꼭 찍어야 한다"는 말에 불안해진 적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검사를 찍을지는 의사가 증상과 상황에 맞게 판단합니다. CT가 충분한 상황에 MRI를 요구하거나, MRI가 필요 없는데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요청하면 비용도 늘고 정작 필요한 치료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궁금한 점은 의사에게 충분히 물어봐야 합니다. "왜 이 검사를 찍나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라고 묻는 건 당연한 권리이니까요. 다만 비싼 검사일수록 더 좋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닙니다. 의사의 판단을 믿고, 궁금하면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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