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찜질 온천의 신기한 경험
평범한 온천 입구, 입장료를 받는 안내 데스크가 있고, 남탕/여탕으로 나누어진다. 비용을 지불하고 탈의실로 들어간다. 보통은 훌렁 벗고 수건 하나 들고 온천으로 들어가지만 여기서는 안내 데스크에서 나눠준 얇은 유카타로 갈아입는다. 그리고는 온천을 지나쳐 바깥쪽의 대기실로 나간다.
대기실에서는 남탕과 여탕으로 각각 들어갔던 가족들이 다시 모인다. 삼삼오오 모래밭으로 안내를 받아 나간다. 온통 까만 모래밭 여기저기 웅덩이가 파여 있고, 한 명씩 차례로 안내를 받아 웅덩이에 눕는다. 주변에 있던 아저씨들이 삽으로 몸 위에 모래를 덮어준다. 제법 묵지근하게 모래가 덮인다. 조금씩 열기가 느껴지면서 모래 전체가 몸을 후끈하게 데워 온다. 피부로 전해 오던 온기는 혈관을 타고 몸속 깊숙이 퍼지더니 조금 있으니 뼛속까지 따끈해진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노곤하니 잠이 온다.
알람이 울려 눈을 뜨니 벌써 15분이 훌렁 지났다.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모래를 툴툴 털고 일어선다. 유카타는 물론이고 온 몸이 검은 모래로 꺼글하다. 따끈하게 데워져 있는 온몸으로 닿는 겨울바람이 경쾌하게 자극적이다. 이제 아까 지나쳐 온 온천으로 가서 몸을 씻고 밖으로 나온다. 뭔가 에네르기 파라도 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규슈 남쪽 끝에 있는 도시 가고시마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가면 이부스키라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이 곳은 화산재 모래사장과 그 모래사장으로 용출되는 온천수로 유명한 곳이다. 세계적으로도 몇 안된다고 하던데, 그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해안가에 자리 잡은 큰 호텔이나 료칸들은 자체적으로 모래찜질 온천 설비를 갖추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고, 이부스키 역에서 10분쯤 되는 거리엔 공영으로 만들어 놓은 모래찜질 온천장도 마련되어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부스키(指宿) 스나무시(砂むし)를 검색해 보면 많은 자료들을 찾을 수 있다.
이부스키와 관련된 명물 중 하나는 가고시마에서 이부스키까지 직통하는 관광열차를 빼놓을 수 없다. 이부타마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이 열차는 일본인이 뽑은 타 보고 싶은 관광 열차 순위에서 늘 3위 안쪽을 차지하고 있단다. 여차저차 하다가 용궁에 가서 놀다 온 꼬마 아이와 관련된 설화를 주제로 기차를 꾸몄다는데, 플랫폼에 도착하면 수증기를 뿜어대고, 예쁜 승무원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나, 기차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 라무네(사이다의 일종) 등 일본의 수준 높은 마케팅 실력을 한 껏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바다를 끼고 해안을 달리는 풍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옆으로 배치되어 있는 기차의 객석은 석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앉을 수 없을 정도.
이부스키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일일 버스 티켓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좋고, 모래찜질만 하고 가고시마로 돌아와도 좋다. 가고시마에도 볼거리들이 무척이나 많으니. 가고시마는 남부 규슈를 대표하는 도시일뿐더러 일본 근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세력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일본 역사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지만 도시 곳곳에 있는 동상들이나 기념관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가고시마는 사꾸라지마라는 거대한 화산을 끼고 있다. 시내 어디서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화산이 보이고 가끔 '펑'하면서 분화를 하기도 한단다. 우리가 머물던 동안에도 늘 길바닥엔 화산재가 깔려 있었고 아침마다 가게 앞 화산재를 빗자루로 쓸어대는 주인장으로 분주한 모습이 보이기도... 시내에 머물면서 사꾸라지마 구경을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페리로 5분이면 건너갈 수 있고, 화산 바로 밑 바닷가에는 노천온천도 있다니.
몇 년 전만 해도 가고시마와 이부스키는 일본인들도 쉽게 가기 힘든 곳이었다. 후쿠오카에서 기차를 타도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이었으니, 비행기로 가지 않으면 쉽지 않았겠지. 하지만 몇 년 전 규슈 신칸센 개통으로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까지 1시간 15분이면 주파가 가능해지면서 부쩍 인기가 많아졌다. 후쿠오카에서 1박, 가고시마에서 1박, 이부스키에서 1박 하는 코스가 가능해졌으니 말이다. 시간 여유가 좀 더 있다면 유후인과 아소산까지 둘러보는 규슈 유람 코스도 훌륭할 테지. 가고시마까지는 대한항공과 몇몇 저가 항공사에서 직항이 있는 모양.
3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부모님은 이부타마의 기차 여행과 모래찜질의 상쾌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신다. 입시로 시달린 가족들의 몸과 마을을 달래는 데에도 나쁘지 않은 코스일 듯. 참, 가고시마던 이부스키던 규슈 남쪽 동네를 가게 되면 고구마를 꼭 맛보시기를. 처음에 한 입 먹어 보고 고구마 맛탕인 줄 알았다. 근데 그냥 구운 고구마, 아무것도 없이, 그냥. 근데 단물이 뚝뚝 떨어져... 흐미~~~ 여태껏 우리가 먹은 고구마는 감자였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