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첫 하와이 여행 때 방문했던 섬은 ‘마우이’다. 물론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도착하는 건 호놀룰루 국제공항이 있는 오아후기 때문에 그곳으로 입국하고 이웃섬 비행기를 환승해 마우이에 도착했다. 그땐 하와이에 ‘ㅎ’ 몰랐기에 마우이 2박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그 짧은 시간 만난 마우이는 참 예뻤다.
특히 ‘라하이나’라는 지역은 크루즈가 들어오는 항구가 있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여행객으로 넘쳐났다. 그럼에도 고즈넉했고, 아기자기했으며 매력적이었다.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그곳에 있었다. 단층 혹은 이층으로 된 목조건물에서는 향긋한 커피 내음, 누구라도 유혹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음식 냄새, 절로 리듬을 타게 하는 흥겨운 음악 소리가 가득했다. 하와이 여행 첫 무지개도 라하이나에서 만났고, 겨울이면 길을 가다 멈춰서 혹등고래를 찾아보기도 했다.
라하이나의 상징과도 같은 오래된 반얀트리 사이즈를 보고 놀라기도 했고, 그 품안에서 쉬어가기도 했다. 경치가 좋은 곳에 있는 레스토랑이 한두 곳이 아니라 매번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도 했다.
특히, 반얀트리 공원 근처에 ‘킹 카메하메하 III 엘레멘타리 스쿨’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곳에 학교가 있다니 하고 내심 이곳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적도 있다. 메인 스트리트인 ‘프론트 st(Front Street)’ 아니더라도 골목 곳곳에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진 음식점도 있고 이곳 땅값이 얼마나 비싼지 보여주는 주차장도 있다. 눈으로 보는 풍경으로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갤러리에는 예술 작품으로 속 ‘라하이나’도 있다.
하와이어로 ‘잔인한 태양’이라는 뜻을 지닌 라하이나, 옛 하와이 왕국의 수도이자, 18~19세기 하와이 왕국의 가장 번잡한 항구 도시였던 라하이나.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의 배경이 되기도 한 라하이나, 낭만으로 넘실거리던 라하이나는 잿빛 가득한 폐허가 되어 버렸다.
2023년 7월, 정확히 한 달 전 찾은 라하이나에서 조금 더 느긋하게 이곳을 지켜볼걸. 조금 더 오래 눈에 담아둘 걸 하는 아쉬움만이 드는 하루. 마음이 아파 뉴스 영상도 찾아볼 수가 없다. 남의 나라 불에 뭐 이리 호들갑일까도 싶지만, 내게 하와이는 남의 나라가 아니라 어쩔 수가 없다.
전 세계가 이상 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건조했고 거기 허리케인 때문에 바람마저 심했다고 하지만, 자연이 무섭다. 위대한 자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잔인하기도 하다.